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ㆍ장거리포병부대ㆍ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ㆍ장거리포병부대ㆍ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연합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가 전황의 불리함을 타개하기 위해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자 북한도 이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핵과 미사일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10일 북한 전문가인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이에 대해 ‘북한 김정은의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손 전 이사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 북한에게는 대외 영향력을 강화시킬 절호의 기회가 된 것"이라며 다음과 같은 이유를 언급했다.

첫째로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이 북한에 대응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손 전 이사장은 1945년 이후로 핵무기가 실전에서 사용되지 않은 것은 핵 사용 국가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과 강력한 비난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러시아가 만약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핵이 더이상 위협용 무기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핵보유국이든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봉인해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손 전 이사장은 "실제로 핵탄두를 완성했고 핵실험까지 마쳤으며 발사체까지 완성단계에 있는 북한은 봉인이 해제될 경우 가장 적극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나라"라며 "북한 김정은은 핵 위협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의체를 붕괴시키고 대북제재를 선제적으로 해제하는 수준의 조치까지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로 러시아의 우방으로서 북한의 존재감을 깊숙히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손 전 이사장은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끝마친 상황에서 중거리탄도탄(IR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한 이유는 북한이 언제든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의 시야를 일단 태평양 쪽으로 돌려놓으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멀어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손 전 이사장은 "러시아는 전황이 장기화되면서 상당히 불리한 처지에 놓였는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견제만 사라져도 한숨 돌릴 여유를 갖게 된다"며 "북한이 미국의 시선을 분산시킨 사이에 러시아는 다시 한 번 대규모 공세를 기획할 수 있게 되고, 러시아의 우방으로서 북한의 가치는 매우 올라가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 번째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경책에서 유화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손 전 이사장은 "핵무기는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 이후로 실전에서 사용된 적이 없다. 물론 핵무기의 참혹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책과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 사용되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며 "푸틴이 실제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피폭지역의 참혹상이 전 세계에 생생하게 알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는 우리나라 내에서도 실질적 핵보유국인 북한에 대해 강경책에서 협상우선 정책으로 전환하자는 여론을 조성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러시아가 실제로 핵을 사용하게 된다면 그 이득은 북한도 같이 공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전 이사장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만약 러시아가 핵을 사용하더라도 북한의 핵은 더욱 확실하게 억제시켜야 한다"며 "북핵 억제의 필수 요건이 한미일 안보협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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