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이 위기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10조8000억 원)이 1년 전보다 30% 넘게 줄어드는 ‘어닝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후발주자였던 대만의 TSMC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8% 증가한 6130억 대만달러(약 27조5000억 원)를 기록했다. TSMC는 반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든데다, TSMC에 비해 약세였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의 격차가 더 벌어져왔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고객사 대부분이 시스템 등 완성품 제조업체라는 점에서, 반도체와 시스템 사업을 겸하는 ‘경쟁업체’ 삼성전자의 비즈니스 포지션이 약점을 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이런 약점을 극복해왔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등 문재인 정권 내내 이어진 ‘삼성전자 죽이기’에 따른 리더십 공백 등 후유증이 요즘 들어 본격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등 정치권이 국내 반도체 산업에 진 빚을 갚으려면, 양향자 의원의 주도로 국회에 상정돼 있는 ‘K칩스법’(반도체특별법)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 이 법안에는 전략산업 특화단지 조성 지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범위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을 반도체 기술의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법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역 소외 가능성 등을 이유로 법안 통과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용인, 평택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K-반도체벨트’를 추진하는 데 대한 불만이다. 이 정당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본적인 경영전략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빠짐없이 반도체 단지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인지 묻고 싶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은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이다. 이 동아줄마저 끊겼을 때의 후유증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반도체 산업은 그 주도권을 놓고 전세계가 진영을 나눠 대립할 정도로 중요한 전략 분야이기도 하다. 지금 여와 야, 진영 간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힘을 모아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살리기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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