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광주’ 뉴욕 쇼케이스 공연 포스터(좌)와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공연 장면. /라이브 및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T2N미디어 제공

최근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국내 창작 뮤지컬이 늘면서 ‘뮤지컬 한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0일 제작사 ‘라이브’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뉴욕 브로드웨이 ‘787 세븐스’(787 Seventh) 극장에서 뮤지컬 ‘광주’의 쇼케이스 공연이 열린다. 2019년 광주문화재단의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뮤지컬 ‘광주’는 2019년 서울 홍익대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초연한 뒤 2021년 서울 LG아트센터, 2022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며 국내 관객을 만나왔다.

영어로 1시간가량 진행될 이번 브로드웨이 쇼케이스 공연엔 오디션을 통해 뽑힌 현지 배우 15명이 출연한다. 음악감독은 브로드웨이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 앤디 로닌슨, 연출은 뮤지컬 ‘록키 호러 픽쳐쇼’의 앤드루 라스무센 감독에게 맡겨졌다. "한국의 민주화역사를 세계에 알리며 K뮤지컬 세계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라이브의 강병원 프로듀서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미 초연 개막한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의 경우, 일본 시장의 문을 먼저 두드린다. 현빈·손예진 주연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9월 제작사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와 T2N미디어는 일본 후지TV와의 협업 계약을 맺어 일본 내 방송 채널에 공연 중계를 할 수 있게 됐다. 제작자 김태형 프로듀서에 따르면, 일본에서 한국어 공연과 일본 배우들이 진행하는 레플리카(원작을 복제한 작품) 공연도 함께 기획 중이다.

한편 국내에서 초연되기도 전에 해외 제작사와 판권 계약을 성사시킨 작품도 있다. 변호사 겸 소설가 조광희 작가의 동명 소설에 기반한 창작 뮤지컬 ‘인간의 법정’은 중국의 뮤지컬 제작사 포커스테이지와 중국 판권 계약이 체결됐다. 또한 유럽 엔터테인먼트 회사 GN아트 컴퍼니와 판권 계약을 통해 프랑스·독일·벨기에·스웨덴에서도 공연 기회가 열렸다.

국내 뮤지컬이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유럽 관객을 만날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의미 있고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등 뮤지컬 본고장이 내놓은 작품만큼 세계적인 존재감을 가지기까지 갈 길이 멀다. 본격적인 ‘뮤지컬 한류’를 위한 제언들 가운데, 초연 뒤 검증 및 보완의 단계를 거칠 수 있도록 국내에 우선 관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드라마나 영화는 한번 완성되면 그 상태 그대로 유통될 수밖에 없지만 뮤지컬은 공연마다 완성도를 평가할 수 있다. 다음 단계의 시장으로 진출하는 단계별 시장이 필요하다"고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가 말했다. 원 교수는 "모든 공연이 서울에서 만들어져 서울에서 소비되는 지금의 환경보다, 지역별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며 해외에서도 경쟁력 있는 작품들이 살아남게끔 단계적 검증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나의 작품이 지역→서울→해외 식으로 검증을 거치며 더 큰 시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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