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의 ‘욘더’(1), 넷플릭스의 ‘썸바디’(2), 디즈니+의 ‘커넥트’(3), 웨이브의 ‘약한 영웅’(4) 포스터.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6일 개막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선 ‘넷플릭스’ ‘티빙’ ‘디즈니+’ ‘웨이브’ 등의 OTT 시리즈를 9편이나 선보였다. 영화제에 아예 OTT 시리즈 전문인 ‘온스크린’(On Screen) 부문이 새로 생겼다. 작년엔 넷플릭스의 ‘지옥’ ‘마이네임’, HBO의 ‘포비든’ 등 3편만 초청됐던 것과 대비된다. 감독과 배우들의 대화 자리인 ‘오픈토크’ 참여작 11편 가운데 OTT 시리즈가 5편을 차지한다.

올해 온스크린 상영작은 넷플릭스의 ‘글리치’ ‘썸바디’, 웨이브의 ‘약한영웅 Class 1’, 왓챠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티빙의 ‘욘더’ ‘몸값’, 디즈니+의 ‘커넥트’ ‘피의 저주’, 아직 플랫폼이 확정되지 않은 ‘킹덤 엑소더스’다. 베니스영화제 비경쟁작 초청작인 ‘킹덤 엑소더스’를 제외하면 모두 정식 개봉 전 관객들을 만난다.

특히 웹툰을 원작으로 한 OTT 드라마 시리즈가 눈길을 끈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커넥트’는 감독 특유의 파괴적인 상상력과 표현력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평가된다. 장기밀매업자에게 한쪽 눈을 빼앗긴 동수(정해인)가 자신의 눈을 이식받은 사람이 연쇄살인마임을 알게 되며 벌어진 사건을 추적한다. ‘약한 영웅’ 역시 상위 1% 모범생이 친구들과 함께 폭력에 맞서나가는 과정을 그린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지난해만 해도 영화인들 사이에선 OTT 시리즈물이 영화제 전면을 장식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영화·드라마의 경계가 사라진 분위기를 대세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내부 분위기도 바뀌면서 OTT 플랫폼들이 영화제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스폰서에 이름을 올린 웨이브가 영화의전당 야외 광장 앞에 홍보 부스를 설치했으며, 넷플릭스도 띵크커피 부산센텀점에 사랑방을 차렸다.

넷플릭스는 ‘글리치’ ‘썸바디’ 외에 영화제에서 소개될 영화 ‘20세기 소녀’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화이트 노이즈’ 등의 작품 갤러리 공간을 마련했다. 기념 촬영이 가능한 셀프 포토 부스까지 운영한다. 티빙의 이번트존은 영화의전당 건너편에 있다. 부스 안팎에서 찍은 인증사진을 SNS에 공유하면 티빙을 하루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스페셜티켓을 증정한다.

"이전엔 OTT 시리즈에 대한 영화인들의 부정적 시선이 많았지만, 갈수록 ‘영화의 또 다른 영역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보다 관객 반응이 뜨거워 올해 확대했다"고 부산영화제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한 영화사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의 부제를 ‘OTT 시리즈 축제’라 해도 될 만큼 분위기가 좋다."

‘욘더’로 첫 OTT 시리즈에 데뷔한 이준익 감독, 칸과 베네치아 영화제에 자주 초청된 일본 감독 미이케 다카시는 배우 정해인·고경표·김혜준이 출연한 ‘커넥트’로 처음 부산영화제에 초청받았다. 미이케 감독은 "OTT 드라마로 영화제에 초청될 줄 몰랐지만 기쁘다"며, "OTT 드라마든 영화든 관객을 만난다는 기본 형태 자체가 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앞으론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더 많은 OTT 시리즈를 보게 될 전망이다. 유명 영화감독들이 OTT 시리즈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었으며, ‘오징어게임’처럼 세계적 인기와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작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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