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일(현지신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미사일 공습으로 큰 폭발이 이어졌다. 공습을 받은 자동차가 검은 연기를 내며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일(현지신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미사일 공습으로 큰 폭발이 이어졌다. 공습을 받은 자동차가 검은 연기를 내며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

러시아가 10일 오전 8시 15분께(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비롯해 서부 르비우, 벨고로드, 테르노필, 중부 드리프로, 크로피우니츠키 등 전역에 미사일 공습을 감행했다. 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인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AP통신은 키이우에서만 최소 5명이 죽고 1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러시아의 공격이다. 시내 중심부에서 최소 5번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1시간 30분 동안 최소 미사일 9개가 날아왔으며 여섯 번 큰 폭발음이 들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공습 사이렌이 가라앉지 않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구상에서 지우려 한다"고 비난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수사당국은 9일 크림대교 폭발 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의 소행" "테러행위"로 규정했다. 러시아 크렘린 궁이 공개한 조사위원회 보고 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은 "(크림대교 폭발을) 기획한 자들, 감행한 자들, 배후에서 지원한 자들 모두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이라며 "의심할 바 없이 러시아의 주요 민간 인프라를 파괴하려는 테러행위"라고 말했다.

푸틴의 최측근 인사이자 푸틴과 함께 총리·대통령을 교대로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을 공언한 상황이다. 미국 CNN방송 역시 9일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개인적 모욕으로 여긴다며 집요하게 보복할 것으로 본다. "푸틴 입장에서 실패를 인정하기보다 ‘더 큰 도박’의 유혹이 커질 수 있다"며, "피해가 크지 않았음을 크렘린 궁은 부각하려 애쓰지만 러시아의 위신과 푸틴의 이미지 타격이 쉽게 회복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사고 이후 러시아 국내 여론의 압력도 높아지는 중이다. "일부 군사전문가와 블로거 등을 중심으로, 즉각적인 강경 대응을 주저하는 푸틴 대통령 비판까지 나온다"고 미국 전쟁연구소가(ISW) 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불가피하게 러시아의 핵무기사용 가능성이 증대될 전망이다.

2018년 개통된 크림대교는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유일한 해상 연결선(19km)이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러시아로선 필수불가결한 보급로다. 8일 새벽 폭발로 다리의 일부가 파괴됐으며 3명이 숨졌다. 크림대교의 차량용 교량을 지나던 트럭에서 폭탄이 터져 교량 일부가 무너지고 근처 유조열차로 불이 옮겨붙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트럭은 불가리아·조지아·아르메니아·러시아령 북오세티아·크라스노다르를 거쳐 크림대교에 도착했다. 관여한 자들의 정체가 파악됐다"고 러시아는 주장한다.

그러나 폭발 순간의 영상을 세밀하게 들어다 본 결과, 트럭과 무관하다는 게 BBC 주장이다. 트럭이 교량의 오르막길을 달릴 때 폭발에 따른 거대한 불덩어리가 트럭 뒤편 한쪽에서 분출됐음을 근거로 들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사건의 개입 여부에 관해 일체 ‘노 코멘트’다.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전략으로 보인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의견 또한 엇갈린다.

 
10일(현지시간) 오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중심부 모습. /마티 마스카스 주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 대사 트위터 캡처
10일(현지시간) 오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중심부 모습. /마티 마스카스 주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 대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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