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정치판에 사실상 데뷔했다는 걸 세상이 안다. 윤석열 정부의 스타 장관이자, 일부에선 소통령으로 부르던 그가 총선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대권주자 선호도 1~2위를 다투는 한동훈에게 흥미로운 대목은, 그가 건국 이후 대중정치인으로는 극히 이례적으로 스타일리스트란 점이다. 그런 유형은 일찍이 없었다.대중정치인이라면 서민 코스프레에 더해 구수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바닥 표를 끌어모으는 게 기본이었다. 하지만 스타일로 보자면, 그들은 뻔한 감색 양복에 진부한 넥타이를 걸친 ‘아재 스탈’ 이상도 이하도 아
유럽의 후진적 섬나라였던 영국은 11세기 정복왕 노르망디 공작이 세운 노르만 왕조 이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정치적 경험을 하게 된다.바다가 직접적·지속적인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 주자, 자연스럽게 영국 정치는 내부를 향했다. 정치의 핵심 영역은 ‘공동의 부’(Commonwealth)로 칭해지는 국가 안녕과 공공복리가 됐다. 그 결과 명예적 계급질서라는 독특한 시민정치문화가 형성됐다.공익에 대한 공공 논쟁이 확대되고, 개인의 권리보호가 증진됐으며, 법에 대한 구성과 원칙이 강조되면서 법치가 확립됐다. 외부 위협에
살아가면서 자기객관화는 꼭 필요하다. 다른 말로 현실검증력이다. 운전하는 동안 GPS로 위치를 확인하며 방향을 잡아가듯이 인생에서 현재 위치를 아는 일은 중요하다. 삶의 여정에서 ‘어디쯤 와 있나’, ‘얼마나 남았나’를 확인해야 삶의 목표도 수정하고 에너지도 재배분할 수 있다.인생의 현 위치를 알려주는 지표는 여럿이다. 사회적인 지위·경제력·학력·업적·건강·나이 등. 대부분 수치로 나타낼 수 있고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다.그중 가장 어려운 객관화가 나이인 듯하다. 생체나이·달력나이·정신연령 등 여러 단어로 표현하지만, 조금이라도 늦
미국 대선이 1년도 남지 않는 11월 하순 현재 트럼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단 한 번도 트럼프가 이기는 결과를 산출한 적 없는 미국의 여론조사기관들조차 모두 내년 선거에서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예상하는 결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경합 주 6개 주 중에서 위스콘신 주를 제외한 5개 주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제압하고 선거인단 300표 이상을 확보, 압승으로 백악관에 입성할 것이라는 예상이다.재미있는 것은 많은 한국사람들이, 특히 문재인 정부를 반대했던 보수적인 인사들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는 사실에 두려워하며 걱정하고 있다는
탈북민이 남한에 오면 낯설게 보이는 모습 중 한 가지가 자동차 번호판이다. 번호 방식이 북한과 전혀 달라 어떤 기준으로 번호를 정한 것인지 모르겠고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북한은 자동차번호를 먼저 도, 직할시 별로 구별해 표시한다. 예를 들어 평양시 차량은 평양, 함경남도 차량은 함남이라고 맨 앞자리에 표기한다.그 뒤에는 사회 각 부문 번호를 적는다. 예로 건설 부문에 종사하는 차량은 41, 운수 및 체신 부문 45, 당기관 11, 행정기관 14, 경찰 17, 외화벌이기관 22, 농업 부문은 38 등이다. 마지막에 각 부문 차량 순번
위안부 할머니 이용수(95)씨가 또 사고를 쳤다. 지난 30년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피해자로 통해온 그가 며칠 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허위주장을 반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는 "사랑했던 사람은 없었는가?"란 질문에 "민족의 순결이 중요하니 이 몸으로 결혼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치 잔 다르크인양 거룩한 대답이 왜 문제일까?그는 1993년 한겨레 기자에게 1989년 당시 75세 노인의 후처로 5년간 살다가 이혼했다는 걸 털어놓은 바 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면사포 써보고 싶었다"고 그때 말해놓고선 그걸 뒤집
카를 야스퍼스의 은 영혼의 사고를 신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타락한 아테네 시민과 민주주의를 질타했던 소크라테스에 대해 크게 할애하고 있다.소피스트들로부터 신성모독죄와 청년타락죄로 고발당했던 소크라테스는 덕 (Virtu)이야말로 인간의 이성적 사고이자 인류사회 발전의 근원이라 강조한다. 양심에서 우러나는 선·절제·관용의 지혜를 발휘하면 악법의 근원인 무지의 세계로부터 탈피할 수 있다고 일갈했다.소크라테스는 1차 유죄선고와 2차 사형선고 과정에서 여러 차례 소피스트들로부터 타협의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초지일관 소피스
오래전에 본 만화가 기억난다. 학교 다니기가 지겨웠던 학생이 있었다. 어느날 학교 가는 길에 시계를 주웠는데 그것은 시간을 앞당기는 기계였다. 시계태엽을 돌리자 학교를 졸업한다. 또 돌리니까 취직해서 직장인이 됐다. 출퇴근이 지루하니까 태엽을 돌렸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겼고 아이의 성장한 모습이 궁금해 태엽을 돌리자 아이는 성인이 되어 있었다. 앞날이 궁금하고 힘들고 지루할 때마다 시간을 앞당겼다.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호화로운 병실에 누운 자신이 보였다. 재산도 많고 자손도 여럿이고 지위도 높고 크게 성공한 삶인 듯했는데, 태엽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일행이 15일 바이든과 만나 정상회담을 열었다. 바이든이나 시진핑이나 둘 다 정치적인 운명이 불분명한 지도자들이며 이들이 만난 시점의 국제정치 상황도 두 개의 작지 않은 전쟁이 진행중인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었다.국제정치 역사상 정상들이 만나서 회담을 할 경우 어려운 문제가 해결된 경우가 거의 없기는 하지만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특히 아무런 것도 이루어진 바 없는 허무한 정상회담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정상회담을 보도하는 미국 폭스 TV의 명 앵커
남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TV에서 그림 한 편 때문에 떠들썩하는 것을 봤다. 무슨 그림 가격이 그리 비싼지 수십억이나 되는데, 어느 재벌가에서 불법 소지했다며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을 두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었다.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그림이기에 거액에 거래되고 대단한 논란거리가 되는지 궁금했다.그런데 TV 화면에 나타난 그림을 보니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림 제목이 ‘행복한 눈물’이었다. 필자의 눈에는 너무 한심한 그림이었다. 초등학생이 그려도 그것보다는 더 잘 그리겠는데, 어떻게 명작이라고 그런 엄
유서깊은 영국 대학도시 케임브리지에는 학교·길·건물·광장에서 예수(Jesus)라는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예수대학(Jesus College), 예수길(Jesus Lane), 예수홀(Jesus Hall) 같은 식이다. 그 이유는 케임브리지 교회가 영국 청교도의 본산이자 성지이기 때문이다.온건·중도·급진 청교도파 가운데 급진파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갔고 건국의 아버지들이 됐다. 기독교와 프론티어정신 그리고 피나는 노력으로 확립시킨 법치를 앞세워 미국은 세계 최강국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대통령실 개편이 진행 중이라고 며칠 전 신문들은 전했다. 큰 줄기는 과학수석을 신설하고, 사회수석을 쪼개 환경노동수석을 신설하는 쪽이다. 지금의 6수석(국정기획·정무·시민사회·홍보·경제·사회) 체제에서 8수석 체제로 확대된다는데, 확정은 아니고 조금은 유동적이라고 한다.두 가지 이견이 있다. 우선 교문수석 부활 얘기는 어디로 간 걸까? 다 알고 있듯 교문수석은 문재인이 홀라당 없애 버렸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면, 복원이 당연했다. 이를테면 한일관계 정상화 작업 등에서 주무부처 외교부만 바빴던 게 문제였다. 문제를 종합적으로 접근할
찰스 두히그의 저서 을 보면 인내력과 주의력은 사람마다 한계가 있고 많이 쓰면 고갈된다고 한다. 고갈되거나 고갈에 가까워지면, 무기력증·화·짜증이 다른 곳으로 분출되기도 하고 정신 및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니 운동·긴장감 해소·스트레스 발산을 통해 인내력을 재충전하고, 평소 인내력의 크기를 늘릴 방안을 마련하라고 조언한다.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의지력·인내력·통제력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근무시간 동안 스트레스가 심했거나 업무가 과도했다면 퇴근 후 집에서 쓸 수 있는 인내력이 바닥난다. 평소에는 가볍게 넘
지중해 동쪽 끝에 이스라엘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다. 영토 전체 넓이가 2만2145㎢ 로 대한민국의 1/5이 약간 넘는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722만여 명이다. 이곳에 사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중동 한 귀퉁이의 척박하고 작은 땅덩어리를 하나님이 자신들에게 약속해 주신 땅이라 믿는다.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691만 명의 유대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이 세상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도 더욱 열정적인 국토수호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1948년 독립한 이래 4차에 걸친 큰 전쟁 모두에서 승리했고, 수없는 작
남한에는 탈북민들 보기에 놀라운 일들이 많다.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못 살겠다고 투덜대면서도 꽃구경이요, 단풍 구경이요, 하면서 승벽(勝癖) 내기라도 하듯 떠난다. 주말이면 그런 차들로 도로가 주차장처럼 되어버리는 것도 놀랍고, 일은 저 혼자 다 하는 것처럼 늘 바쁘다고 사람이 비싼 등산복을 사 입고 빈번히 산에 가는 것도 놀랍다. 이유를 물어보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란다.탈북민들 경우엔 대개 누군가에게 이끌려서 혹은 산악회를 곁들인 행사여서 어쩔 수 없이 산에 가지 스스로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상에 올라도 야호! 소리를 지
국회 환경노동위 국감장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민주당 의원들과 충돌한 장면을 뒤늦게 유튜브로 봤다. 10월 26일 민주당 의원 전용기가 먼저 작심 도발을 했다. "민노총·한국노총·KBS·MBC 내부에 주사파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지난 6월 발언을 문제삼으며 그건"공직자가 해서는 안되는 정치적 활동"이라는 황당한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발언 중 최악은 "경사노위가 어디 주사파 척결하는 곳이냐?"는 질의다. 김 위원장이 어디 물러설 사람이던가, "공직자는 정치적 중립이 의무이니까 북한 비판은 하지 말라는 그런 뜻이냐? 밤샘 토론
창조적 파괴로 유명한 슘페터 (J. Schumpter)는 "현대의 조삼모사들은 항상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 대중의 허위의식과 질투심이 만나면 적대적 진영들이 대치하는 위장된 평화가 형성된다. 좌익들은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공평·공정·정의를 앞세운 사회분배 논리는 지식인 가면을 쓴 좌익들의 거짓 선동으로 실생활 속에서는 약취와 수탈 형태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 고약한 상황을 가름할 수 있는 시민과 국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결국 모든 민주주의는 그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자살한다"고 말했다.위선과 궤변의 달인인 좌익 선동가들
모든 물체는 무게가 있다. 무게는 중력이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을 말하며 장소가 바뀌면 달라진다. 비슷한 의미인 질량은 물체에 포함돼 있는 물체 고유의 양을 뜻한다. 장소가 바뀌어도 항상 일정하다.지구에서 물체는 고유한 무게가 있어 안정적으로 자리한다. 건물도 차도 사람도 무게가 있어 제자리에 존재한다. 무게가 없다면 물체는 둥둥 떠다닐 것이다.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상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무중력 상태인 우주선 안에서는 물도 음식도 눈앞에서 헤엄치듯 떠다닌다.무게는 실체가 있는 사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측정이 가능하고 수치로 나타낼 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한 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양측은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있지만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전쟁을 멈출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인 이스라엘이 이 전쟁을 테러와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이같은 사실에서 유추해 볼 때, 이 전쟁이 끝나는 날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궤멸했다고 확신하는 날이 될 것이다.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의 민간인 사망자 숫자는 1400명에 이르고 있다. 이를 인구 비례로 계산하면 미국 국민 5만 명이 사망한 것과 같다. 1
북한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송인의 초청을 받은 일이 있었다. 탈북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라고 했다. 북한학을 전공하고 방송도 기획하고 평양에도 가보고 금강산과 개성에도 가보았지만 ,파고들면 들수록 의문점이 더 커진다는 것이었다.북한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이념의 잣대로만 접근하면 북한 사람은 전부 반국가단체 구성원으로 처형 및 처벌 대상이다.지금은 안 하지만, 오랫동안 진행했던 반공교육은 북한 사람을 얼굴이 빨갛고 이마에 뿔이 달린 마귀로, 인간다운 모습은 없고 오로지 ‘공산혁명’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