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
김인희

국가의 근본은 합리적이고 강력한 법 체계다. 국가 없는 법은 존재할 수 있어도 법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법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내용은 법으로 만들어져 실행돼야 한다.

그런데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지지 않는 법이 있다. 바로 대장동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 법안이다. 이미 대장동 의혹은 일반적인 검찰 수사로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유한기에 이어 김문기까지 벌써 두 명이 죽었다. 더 이상의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도입해 의혹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그런데 정작 국회 180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특검을 막고 있다. 국회에서 특검법안을 논의하자고 해도 민주당 원내대표가 만남을 거부한다. 야당이 특검법안을 만들어 들고 가도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법사위에 불참해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민주당이 특검을 고의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은 대장동 의혹 특검이 진행되면 밝혀지게 될 ‘그분’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분’의 실체가 밝혀지면 내년 대선에서 패배할 것을 이미 예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연장하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정당이 과연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를 검증하는 것이 두려운 것인가. 하지만 후보때 검증하지 않으면 언제 검증한다는 것인가. 이미 민주당은 과거의 후보검증 실패를 인정한 바 있다.

"우리당이 대통령에 대해서 바른 소리를 하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일 때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서 실패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06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시절 한 말이다. 이미 한 번 실패를 겪었다고 인정했으면서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하겠다는 것인가.

"저는 투명하게 드러날수록 유리한 입장이다. 빨리 특검을 해서 확실하게 전모를 밝히는 게 낫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이재명 후보의 말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지 않더라도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

아니,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0%’이니 이 후보가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한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국민들은 민주당에게 법을 지배하라고 많은 의석을 준 것이 아니다. 법이 제대로 지배하는 나라를 만들라고 준 의석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왜 특검 도입을 막고 있는가. 의석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입법권이 민주당의 사유물인 양 착각하는 것인가.

이렇게 거대 여당이 입법권을 사유화해가며 이재명 후보를 보호해주는 것을 보니 미래에 대한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 내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다음 총선까지 2년 남짓 유지될 여대야소 국면을 얼마나 확실하게 이용해 입법권을 남용할 지 벌써부터 두려워진다. 이미 1년 반 넘게 지속된 여대야소로 인해 공수처법이 통과됐고 언론중재법 개정안마저 통과되며 민주당의 입법독재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그가 꿈꾸는 ‘대동세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세금을 걷을 것이며, 국민들의 재산권이 얼마나 제한될 지 생각해 본다면 이는 괜한 두려움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내용을 법으로 강제하는 입법독재는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내용을 법으로 정하지 않는 것은 입법권자의 직무유기일 뿐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