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이재용 회장 취임...의미와 과제

공판에 출석한 이 27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연합
공판에 출석한 이 27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하면서 반도체 초격차 전략과 미래 먹거리 투자를 통한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의 성장판인 반도체를 챙기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행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지난 30년간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보여왔다. 하지만 반도체 기술이 나노 단위로 고도화되면서 발전 속도가 정체된 상황이다. 경쟁사의 거센 추격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서 이끄는 뉴삼성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바이오·제약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고, 글로벌 경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특히 지난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주기에 예년과 달리 전·현직 사장단 300여명이 초청된 것이 알려지면서 조만간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주기에서 이 부회장은 "회장님(이건희 회장)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면서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말했다. 회장 취임에 앞서 소회를 밝힌 셈이다.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이후 삼성그룹의 경영체제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초격차 기술력으로 경영 성적표 반등의 기틀을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작업과 함께 그동안 분식회계, 편법승계 등으로 어두웠던 과거도 털어내야 한다.

특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31.31%의 지분으로 삼성물산을,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소유하고 있는 형태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언제든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거버넌스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적분할을 통한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물산 등으로 구성된 사업지주와 삼성생명 등으로 이뤄진 금융지주로 분할하는 방식이다.

앞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등 3사는 지난 2020년 미국의 기업전략 컨설팅 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지배구조 용역을 맡긴 바 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도 삼성 지배구조 재편의 주요 변수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총자산의 3%만 보유할 수 있다. 나머지 20조원 이상의 지분은 모두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고리로 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무너지게 된다. 이 부회장의 지배력 약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태스크포스(TF) 수준인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가 복원될 지도 관심사다. 현재 삼성그룹은 지난 2017년 2월 말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3개의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등기 이사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비등기 임원으로 회장직을 유지할 경우 의사결정은 하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역시 지배구조와 관련해 투명 경영을 강조해 왔다. 지난 2020년 준법감시위원회 권고에 대해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법을 어기는 일이나 편법에 기대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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