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원정 응원…"다시 뛰는 대한민국 됐으면"

열정적인 응원 펼치는 박용식 씨. /연합
열정적인 응원 펼치는 박용식 씨. /연합

태극 문양 얼굴 페인팅으로 유명한 한국 응원 문화의 산증인 박용식(59) 씨가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로 떠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으로, 이번에도 후원하는 보육원생과 함께한다.

그가 운영하는 대전의 한 식당에서 9일 만난 박 씨는 태극기가 수놓아진 유니폼을 입고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식당에는 해외 경기장에서 찍은 기념사진과 월드컵 공인구, 축구화 등 29년간의 응원 기록이 빼곡히 차 있었다.

굵직한 대표팀 축구 경기 때마다 태극 문양을 칠한 얼굴로 텔레비전 중계 화면에 곧잘 잡히기도 하는 그는 한국 원정 응원단의 대부, ‘태극기 응원맨’으로 불린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월드컵, 올림픽 평가전, 주요 원정 A매치 등 59차례 해외 원정응원을 통해 뜨거운 함성을 토해냈다.

2018년 열린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선 레드엔젤 응원단 총 단장으로 강원도 곳곳을 누비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코로나19 사태로 3년 만인 올해 60번째 원정 응원을 앞둔 박 씨는 "나도 30여 년 동안 계속될 줄 몰랐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축구보다도 애국심이 원동력인 것 같다"며 "1994년 월드컵 당시 외국을 처음 갔는데 경기장에서 애국가를 듣고 온몸에 전율이 흐르더니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는 한국이 유명한 나라도 아니었다"며 "전 세계가 보는 데서 태극기를 들고 목이 터지라고 조국을 응원하는 것에 너무 마음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에도 30년간 후원해온 대전지역 한 보육원 학생들이 동행할 예정이다.

2010년 본인의 원정 응원을 포기하는 대신, 보육원 고등학생 2명을 남아공 월드컵 현지에 보낸 것이 인연이 돼 동행이 이어져 오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동행을 시작으로 러시아, 카타르 월드컵까지 8년 연속이다.

박 씨는 "아이들에게 큰 꿈과 비전을 주고 싶었다"며 "새로운 나라를 경험해 보고 낯선 곳에서 우리나라를 응원하며 느끼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보육원생 여비 등을 포함해 경비를 전액 자부담해오고 있는 박 씨는 이번이 마지막 응원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불황으로 운영하던 가게의 규모를 줄여야 했고, 최근엔 좋아하던 축구도 못 할 정도로 무릎도 아프다"며 "무엇보다 반평생에 걸친 원정 응원을 뒤에서 감내한 가족에게 미안함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많은 국민이 코로나19로 큰 고통을 받았고 최근에는 이태원 사고로 실의에 빠졌다. 우리 국가대표팀이 조금이라도 국민에게 위로가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응원하겠다"며 "다시 뛰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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