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레드 웨이브’(공화당 물결)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공화당이 4년 만에 하원을 장악하는 데 그쳤다. 이번 선거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면서 ‘민주주의 회복 대 경제심판’의 대결 구도로 치러졌다. 그 결과 경제문제에 대한 심판으로 공화당이 승리했다. 40년 만의 기록적인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적 고통이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우측으로 움직이게 했다.

공화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각종 입법에서 제약이 커진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내외 정책 모두에서 변화를 요구하거나 태클을 걸 가능성이 크다. 국정운영에 변화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공화당은 2024년 대선 승리를 겨냥해 경제와 안전 문제 관련 입법에 집중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견제하려고 할 것이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시되는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는 국경통제법안, 문화적 맑시즘 가치관을 가진 대기업에 대한 규제 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견제 차원에서 바이든 대통령 탄핵문제도 검토할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도 대선전으로 치달으면서 더욱 거세질 것이다. 바이든의 ‘더 나은 미래’(Build Back Better)와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는 미국 우선주의의 다른 구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이 더 가속화될 것이다.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은 대만통일을 공언하면서 대미 강경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미중 간 갈등은 격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기술패권 문제도 지속될 것이다. 차기 하원외교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마이클 맥콜 의원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위협에 보다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게 될 것이다. 이는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어느 정도 일치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국익이 걸린 전기차 보조금 차별 때문이 아니라, 의료보장 확충과 법인세 인상 등의 조항으로 IRA개정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화당의 하원 장악으로 인한 경제·안보적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