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집값 폭등으로 불어난 가계부채 등 부동산 거품이 한국경제 최대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
최근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집값 폭등으로 불어난 가계부채 등 부동산 거품이 한국경제 최대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

정부의 집값 하락 전망에도 민간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내년 역시 상승세를 점치고 있다. 다만 집값 양극화로 지역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동산 버블(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금융불균형이 심화된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이 가해지면 경제가 역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0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2월 전국 아파트 상위 20%(5분위)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8975만원, 하위 20%(1분위)는 1억2491만원으로 나타났다.또 상위 20%의 가격을 하위 20% 가격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은 9.52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8년 12월 이후 최대치다.

이 같은 양극화 흐름은 최근 1년간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저가 아파트 매매가격은 1억1192만원에서 1억2491만원으로 11.60% 상승했다. 반면 고가 아파트는 9억5160만원에서 11억8975만원으로 25.02% 올랐다.

청약시장 역시 마찬가지.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9.77대 1로 지난해의 27.92대 1과 비교해 낮아졌다. 하지만 서울은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지난 2000년 이래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에 비해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3만 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된 대구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매수심리가 꺾이면서 청약시장의 움직임도 둔화됐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편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입지에 따른 매매가격, 청약경쟁률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지역, 모든 주택 유형이 함께 오르는 양상은 사라지고 지역별, 단지별로 매수우위나 매도우위가 나뉘면서 양극화 장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꺾이지 않는 부동산 시장은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가계부채 확대를 의미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1년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844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늘었다. 이는 2017년 2분기의 10.4% 이후 4년 3개월래 최대 증가 폭이다. ‘빚투’와 ‘영끌’로 주택담보대출이 8.8% 증가했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11.6% 늘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카드 사태 이후 16년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없이 가계부채가 누적돼 왔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현상인데, 미국과 유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디레버리징이 진행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2%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버블 붕괴에 따른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셈이다.

실제 올해 3분기 금융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56.4로 집계됐다. 금융취약성지수가 높을수록 미래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한국경제가 받는 충격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3분기 금융취약성지수는 2분기의 59.2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2010년 이후 장기평균(31.3)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금융취약성지수 중에서도 부동산 부문 지수는 100으로 2분기의 97.23보다 2.77포인트(p) 올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고치다. 부동산 부문 지수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주택가격 상승률, 중대형 상가임대료 상승률을 고려해 산출한다. 이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는 것은 현재 주택과 상가 등 부동산이 전반적으로 고평가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자산가격 조정과 함께 소비와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거품이 낀 금융불균형 상태에서 극단적 충격이 발생하면 1년 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3%로 급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상황에서 집값이 계속 올라도 문제고, 급격히 떨어져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등 ‘딜레마’에 처한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불균형을 완화하면서도 급격한 자산시장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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