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국회에서 예산안 심사·의결이 이뤄지는 이달 말까지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간헐적으로 집회·시위를 개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사진은 한투연 회원들이 민주당사 앞에 모여 '금투세 주가폭락' '주식시장 대재앙'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금투세 강행을 고수하는 민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국회에서 예산안 심사·의결이 이뤄지는 이달 말까지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간헐적으로 집회·시위를 개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사진은 한투연 회원들이 민주당사 앞에 모여 '금투세 주가폭락' '주식시장 대재앙'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금투세 강행을 고수하는 민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앞두고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려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유예를 ‘부자감세’라며 도입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동학개미들의 집단적 반발과 여론 악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당내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이 넘는 소득을 올리면 20%의 세금을 내야하는 것으로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주식은 5000만원 이상이 과세 대상이고, 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증시 침체를 고려해 금투세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투세 도입을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발표했다. 하지만 거야(巨野)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없으면 이 개정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법이 만들어져 있고 시행만 앞두고 있는데, 근본적인 틀을 흔들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내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행 2년 유예에 대해서는 "이 말은 2년 후 총선 결과에 따라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며 "국민의힘은 초부자들의 이익만 대변하려는 것 아니냐"고 강변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는 국회 예산정책처 주최로 같은 날 열린 ‘2022 세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금투세 도입으로 시장이 망가지면 더불어민주당이 책임질 것이냐"는 질문에 "겁박하듯이 말씀하시지 말라.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변수를 만든 것은 이재명 대표다. 그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금투세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들어 가열되고 있는 동학개미들의 집단적 반발과 여론 악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가 상위 1%에 대한 과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증시의 큰손들이 세금을 피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면 주가 폭락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동학개미들의 목소리다.

여야(與野)가 금투세 도입을 합의 처리했던 2020년 당시 증시는 호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증시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고점 대비 30% 하락하는 등 침체에 빠져 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섣부른 금투세 도입은 국내 주식의 투자 매력을 더욱 떨어뜨려 해외 주식시장으로 이탈하는 ‘투자자 엑소더스’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게 동학개미들의 우려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액은 2019년 144억5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79억1000만 달러로 4.4배 늘어났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져 지난 3분기 594억400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현재 국내 투자자가 미국을 포함한 해외 주식에 투자할 경우 연간 250만원까지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넘는 차익에 대해선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그럼에도 국내 주식에 비해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표까지 신중론을 제기한 만큼 당 차원에서도 금투세 유예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획재정위원들을 비롯한 상당수 의원들이 여전히 금투세를 예정대로 도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당내 의견 통일까지는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금투세 도입으로 국내 증시가 침체되면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해외 증시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

금투세로 인한 세수 실익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가 금투세 도입에 합의하며 현재 부과되고 있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금투세 과세 대상자를 15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주식 거래 관련 과세 대상은 1만5000명인데, 이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금투세로 인한 세수는 연간 1조5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매달 수천억원에 달하는 증권거래세가 사라질 경우 금투세로 인한 세수 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투세가 부자를 겨냥한 증세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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