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으로부터의 밀입국 알선 4명...방호복 입히고 포박해 거리행진

방호복을 입은 용의자 4명이 사진과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중국 광시(廣西)성 징시(靖西)시의 많은 군중 앞에서 행진했다. /트위터 캡처
방호복을 입은 용의자 4명이 사진과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중국 광시(廣西)성 징시(靖西)시의 많은 군중 앞에서 행진했다. /트위터 캡처

중국 지방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정 위반자에게 거리 행진으로 공개적 망신을 줘 국제사회가 경악하고 있다. 이런 일종의 ‘조리 돌림’은 문화혁명의 악몽, 홍위병들이 자행하던 처벌 방식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들은 29일(현지시간) 중국 남부 광시 좡족(壯族)자치구 징시(靖西) 당국이 용의자 4명에 대해 최근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봉쇄 규정을 어기고 베트남으로부터의 밀입국을 알선한 혐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에는 전신에 방호복을 착용한 용의자 4명이 양옆의 경찰에게 포박된 팔을 잡힌 채 군중 앞에서 행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용의자들의 가슴과 등에는 얼굴 사진과 함께 이름 등을 적은 팻말이 걸려 있다. 주변에 배치된 무장경찰의 엄호 가운데, 잠시 행진을 멈추고 당국자가 마이크 연설을 하는 장면도 있었다. 경찰은 용의자들의 거주지 주변에 신상정보와 사진을 담은 벽보를 붙이는 한편, 스프레이로 ‘밀입국을 도운 집’이라는 문구를 써넣았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경 통제를 ‘가장 엄격한 단계’로 높였다. 행진에 대해 "대중을 향한 강력한 경고, 국경 도시들의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일부 현지 매체들이 평가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의 관련 게시물 조회수가 3억5000만회를 넘었고 댓글은 3만개 이상이다. 중국 사법당국이 2007년 사형수라도 거리행진을 통한 망신 주기를 금지한 바 있으니 ‘위법’이란 댓글도 달렸다.

dpa 통신은 "문화혁명기에 성행하던 ‘조리돌림’을 강하게 연상시킨다"며, 2006년 100명가량의 성매매 여성들과 그들의 고객들을 노랑색 죄수복 차림으로 거리를 행진하게 한 일이 거의 마지막이었다고 전했다. BBC 또한 이런 방식을 지지하는 댓들이 많은 것에 충격을 표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출범 후 30년간 군림한 마오쩌둥(毛澤東)은 ‘대약진 운동’의 실패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문화혁명(1966~1976년)을 촉발시켰다. 그가 죽으면서 겨우 종식됐고, 덩샤오핑(鄧小平)이 복권되며 중국은 개혁개방으로 돌아섰다. 극좌 사회주의를 부추겨 정치적 위기를 만회하려던 술수, 문화혁명은 중국의 문화을 비롯해 사회 전반의 총체적인 파괴였다는 결론이 났다. 중국공산당 역시 ‘오류’였음을 공식 인정했으나, 최근엔 일부 반당분자들의 만행이었을 뿐 공산당의 과오는 아니라는 식의 논리를 펴기 시작했다.

방호복을 입은 용의자 4명이 사진·이름이 실린 플래카드를 걸고 군중 앞에서 행진 중이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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