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드 푸드의 닭고기 배양육의 조리예.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이 닭의 수정란에서 추출한 세포를 성장·증식해 만든 이 배양육의 식품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배양육 산업화의 청신호가 켜졌다. /업사이드 푸드
업사이드 푸드의 닭고기 배양육의 조리예.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이 닭의 수정란에서 추출한 세포를 성장·증식해 만든 이 배양육의 식품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배양육 산업화의 청신호가 켜졌다. /업사이드 푸드

최근 글로벌 식품업계에 혁명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 벌어졌다. 가축을 사육하지 않고 가축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인공육류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내년이면 관련제품이 정식 출시될 것으로 보여 시장 반응에 따라 육류 산업이 크게 요동칠 수도 있을 전망이다.

FDA는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위치한 식품기술기업 업사이드 푸드(UPSIDE Foods)와 동물세포 기반 식품의 상용화를 위한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1년여에 걸친 엄격한 평가 끝에 닭의 세포를 채취해 배양한 이 회사의 닭고기 배양육이 식품으로서 사람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업사이드 푸드는 미 농무부의 생산설비 승인과 FDA의 원료·제품 검사만 통과하면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세계 각국에서 100여개 푸드테크 기업이 배양육을 연구개발하고 있지만 FDA의 관문을 뚫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배양육 산업을 본격 태동시킬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계 최초로 배양육 판매를 승인한 국가는 2020년 싱가포르였지만 FDA의 승인은 싱가포르와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을 갖는 까닭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FDA의 승인절차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해 FDA 승인은 곧 글로벌 규제당국의 프리패스권을 받은 것과 같다"며 "앞으로 배양육 판매를 승인하는 국가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FDA는 업사이드 푸드에 더해 다수의 배양육 업체와 추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는 물론 세포 배양 해산물 제조업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더 많은 종류의 배양육이 세계시장에 소개될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배양육은 그동안 ‘가짜 고기’라는 부정적 인식과 싸워왔다. 가축이나 수정란에서 추출한 세포에 증식을 돕는 소태아혈청(FBS)과 아미노산·비타민 등 양분을 공급하고 배양장치에서 성장시키는 과학적 공정 때문에 유전자 변형 식품과 동일시되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육류 대체재가 아니다. 미래 식량자원으로서 큰 잠재력을 지녔다. 실제 배양육은 맛·식감·모양·영양이 진짜 육류와 똑 닮았다. 가축에게 먹이를 주고 살을 찌우는 것과 같은 원리로 가축의 세포에 양분을 주고 키워내는 덕분이다. 또 윤리성 논란을 일으키는 전통 축산업의 잔인한 도축 과정이 필요 없어 동물복지에도 도움이 된다.

생산 효율성 역시 역대급이다. 업사이드 푸드만 해도 닭 한 마리에서 추출한 세포로 수십만 마리 분량의 닭고기를 만들 수 있으며 3주 정도면 세포가 완제품으로 배양된다.

그중에서도 최대 메리트는 친환경성에 있다. 배양육이 보편화되면 고기를 얻기 위한 수십억 마리의 가축 사육이 불필요해져 축산업계가 소비하는 막대한 물과 토지의 보존이 가능하다. 네덜란드의 연구그룹 CE 델프트(CE Delft)가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고기 배양육은 소 사육과 비교해 토지와 물 사용량을 각각 최대 95%, 78% 줄일 수 있다.

인류 공통과제인 기후변화에도 가시적 성과가 예상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축산업의 비중이 18%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배양육 생산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경우 닭·돼지·소 사육 대비 각각 최대 17%, 52%, 92%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게 CE 델프트 연구팀의 설명이다. 환경보전과 식량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게임체인저라 할 수 있다.

다만 배양육 보급이 속도를 내기 위해선 가격이라는 방지턱을 넘어야 한다. 생산원가가 아직 일반 육류의 두 배나 되는 탓이다. 싱가포르에 닭고기 배양육을 수출 중인 잇 저스트(Eat Just), 굿 미트(GOOD Meat) 등 기업이나 업사이드 푸드가 고급레스토랑을 우선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도 가격에 맞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우마 발레티 업사이드 푸드 설립자는 "FDA에 의해 배양육 상용화의 물꼬가 터지면 투자와 혁신이 촉진되고 규모의 경제도 이뤄져 2030년께 가격 격차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식용곤충이 혐오식품의 옷을 벗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듯 배양육을 바라보는 심리적 거부감도 조금씩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에 위치한 업사이드 푸드의 세포 배양육 생산공장 내부 모습. 이 회사는 닭고기 배양육의 상용화 후 시장 반응에 맞춰 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현재의 연간 22.7톤에서 181.5톤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업사이드 푸드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에 위치한 업사이드 푸드의 세포 배양육 생산공장 내부 모습. 이 회사는 닭고기 배양육의 상용화 후 시장 반응에 맞춰 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현재의 연간 22.7톤에서 181.5톤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업사이드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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