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개인투자자를 잡기 위해 여야 대선 후보가 잇따라 공매도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증시 폐장일인 12월 30일 코스피는 약세를 보이며 2970선에서 한해를 마감했다. /연합

공매도(空賣渡)는 주식을 빌린 뒤 팔고, 해당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면 되사서 갚는 투자기법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 이익을 본다. 일종의 ‘하락장 베팅’인 셈이다.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와 다른 투자자로부터 빌린 주식을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로 나뉜다.

공매도는 주식시장과 관련한 대선 공약에서 빠지지 않는 이슈 중 하나다. 개인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상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빌린 뒤 90일 내로 되갚아야 한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게는 이 같은 제약이 없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공매도 거래에 있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손발이 묶여 있다는 것이다.

주식을 빌릴 때 내야 하는 담보 비율에도 큰 차이가 난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5%에 불과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대여 주식의 140%가량을 증거금으로 내야 한다. 더군다나 공매도는 자본력과 정보력에서 우위에 있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코스피에 상장된 종목들의 공매도 잔고는 9조5994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10조원을 웃돌기도 했다.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난 5월 3일 4조7946억원이었던 공매도 잔고는 7개월 새 2배가량 늘어났다. 공매도의 실탄격인 대차잔고는 66조원 수준으로 공매도 재개 후 9조원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80조원을 넘기도 했다. 대차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투자 주체가 주식을 많이 빌렸다는 것으로 통상 공매도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공매도 거래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12월 28일 기준으로 코스피의 경우 외국인(75.63%)과 기관투자자(21.86%)가 97.49%를 차지했다. 코스닥 역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96.58%에 달한다. 공매도 시장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놀이터’라고 불리는 이유다.

공매도 세력은 변동성 확대를 수익 창출의 기회로 활용한다. 내년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종료와 기준금리 인상 등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 이처럼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 요인에 따라 공매도 역시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 공매도를 악재를 넘어 공포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공매도 폐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폐지가 어렵다면 공매도 거래시 상환 기간, 담보 비율 등에서 개인투자자와 외국인·기관투자자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은 동학개미 1000만명 시대다. 여야 대선 후보들 역시 이 같은 점을 의식해 공매도 관련 공약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민 5명 중 1명은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제도 개선은 불가피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개인투자자와 외국인·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차입 기간 차별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주가 하락이 과도할 경우 자동적으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공매도 서킷브레이크’ 도입과 개인투자자의 담보 비율 하향조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공매도 제도는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에게 불공평하게 운영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공매도로 인해 주가 거품을 막을 수 있고, 시장 과열도 방지할 수 있는 만큼 일부에서 주장하는 공매도 폐지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자본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자칫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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