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이날 추가로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왼팔로 딸을 품에 안은 채 환호하는 모습. 뒷쪽에는 부인 리설주 여사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이날 추가로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왼팔로 딸을 품에 안은 채 환호하는 모습. 뒷쪽에는 부인 리설주 여사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

북한이 ‘화성-17형’을 ‘궤도폭탄’으로 개발할 경우 러시아, 중국에 이은 세 번째 궤도폭탄 운용세력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을 넘어 유럽, 호주, 이스라엘까지 위협할 수 있다.

◇냉전 때와 다른 21세기 궤도폭탄…러시아 이어 중국도

냉전시절 소련이 개발하던 궤도폭탄은 기본적으로 자유 낙하하는 핵탄두다. 개발 당시에는 기습 핵공격이 가능했지만 미사일 요격체계가 발전한 현재에는 별 쓸모가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현재 궤도폭탄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용 활강체 폭탄(HGV)을 달고 있다.

시작은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2018년 12월 RS-28 ‘샤르맛’의 탄두부에 극초음속 미사일 ‘아방가르드’를 장착하는 시험을 한 뒤 실전배치한다고 밝혔다. ‘샤르맛’의 탄두적재중량이 10톤 이상이라 ‘아방가르드’를 탑재해도 무리가 없다는 게 러시아 발표였다.

이어서 2021년에는 중국군이 중거리 극초음속미사일 DF-17에 HGV를 장착해 발사하는 시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을 통해 전해졌다. 같은 해 10월 신문은 "중국이 7월과 8월 탄도미사일에 HGV를 장착해 발사하는 시험을 진행했다"고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추가 보도했다.

중국군은 지난해 7월 궤도폭탄용 탄도미사일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HGV를 실어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리는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8월에는 궤도폭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중국군의 새로운 무기 역량에 미국 국방부와 정보기관들은 매우 놀랐다. 미국이 보유하지 못한 중국군 기술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소식통들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전문가 "北의 극초음속 탄두 장착 궤도폭탄 개발 가능성 배제 못해"

올해 1월부터는 북한이 HGV를 장착한 ICBM을 궤도폭탄으로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월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한 군사안보 커뮤니티에 북한의 궤도폭탄 개발 가능성과 징후에 대해 설명했다.

북한이 올해 1월 5일과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윤석준 연구위원은 "1960년대 구소련이 R-36O의 궤도폭탄 방식을 개발할 당시 중국과 북한 모두 구소련의 미사일 기술에 의존한 관계였다. 근래 북한도 중국처럼 HGV를 장착한 궤도폭탄 이론과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전수받음으로써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전망했다"게 다른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라고 전했다.

윤 연구위원은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5개년 군사개혁의 최우선 과업이라 강조했다"며 "향후 러시아·중국 같은 궤도폭탄 장착 HGV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북한이 HGV를 장착한 궤도폭탄을 채택하게 되면, 이는 지난해 1월 (김정은이) 선언한 핵잠수함 건조와 군사위성 체계구축 사업과 함께 북한의 전략무기 현대화 완성을 의미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 한국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줄 무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北, HGV 장착 궤도폭탄 만들면 재돌입체 내열소재 걱정 줄어

ICBM에 핵탄두를 장착한 HGV를 실을 경우 대기권 재돌입체(RV)에 쓸 소재 걱정도 조금은 덜 수 있다. ICBM이 고도 1300km 이상의 우주까지 떠올랐다 다시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 이때 속도는 마하 25~30이다.

반면 궤도폭탄은 지상 150km 고도를 공전하다 목표 수백km 앞에서 대기권에 진입해 활공 비행을 하므로 대기권 재진입 속도가 마하 10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 즉 대기마찰열이 대폭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대기권 재진입체에 필요한 내열소재 확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이렇게 기술적 부담이 줄어들면 더 많은 궤도폭탄을 생산할 수 있고, 이를 사용해 전 세계를 위협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이란과 함께 세계 어디든 협박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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