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론의 관심이 중국에 집중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는 물론 중국 전 지역에서 코로나 봉쇄에 항의하는 물결이 거세다. 칭화대 학생들은 ‘백지(白紙)시위’를 벌였다. 공안(경찰)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반(反)정부 구호를 적는 대신 빈 종이를 들고 시위에 나셨다. ‘우리는 검열에 저항한다’ ‘백지에 보이지 않는 구호는 자유롭게 상상하라’는 뜻이 숨어 있다. 저항의 백지다.

중국 대학생들의 시위는 1989년 6·4 천안문사태에 기원이 있다. 가깝게는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와 연결된다. 홍콩 시위는 청년세대의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 유통이 시위대 조직과 단체행동에 결정적이었다. 지금 베이징 시위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으로 장소, 시간, 행동요령이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이 때문에 중국 공안들이 ‘주동자 색출’에 애를 먹는다. ‘백지’를 들고 시위를 벌이니까 ‘증거 수집’도 안 된다. 스마트폰만 공안에 빼앗기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든 ‘게릴라 시위’가 가능해졌다. 앞으로도 중국 대학생들의 시위는 계속될 것이다.

이제 남은 곳은 북한이다. 북한에도 휴대전화 600만 대가 있다. 인터넷은 안 되지만 주민들끼리 횡적 정보 유통이 가능해진 지 오래 됐다. 북한 세습정권의 독재통치 방식은 조직을 통한 통제와 정보통제다. 정보통제는 수령→노동당→인민대중으로 내려오는 수직적·종적(縱的) 통제 방식이다. 주민들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었다. 이같은 수직적 정보통제 방식이 90년대 중반 식량난 사태와 대량 탈북 그리고 장마당 확대로 인한 휴대전화 보급으로 사실상 붕괴됐다. 지금은 주민들끼리 개인 휴대전화를 통한 정보의 유통이 활발하다.

북한 내부에 한류문화가 유입된 지도 20년이 넘었다. 주민들뿐 아니라 주민 감시기구인 보위·보안성 성원들까지 한류 드라마를 보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북한당국은 2020년 12월 반동문화사상배격법, 2021년 9월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해 한류 방지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세습독재에 반대하는 소수의 지휘부가 만들어지고 김일성대·김책공대 등에서 불씨가 당겨진다면 북한에도 민주화 시위가 불가능한 게 아니다. 이를 위해 우리의 ‘대북전단금지법’ 같은 악법은 조속히 폐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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