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협옹주 ‘미안고’(美顔膏)와 ‘미안자기’)제품 모습. /국립고궁박물관·한국전통문화대 제공

조선 21대 임금 영조의 딸이자 사도세자의 친누나인 화협옹주(和協翁主 1733~1752)의 묘에서 출토된 화장품 유물이 현대적으로 재탄생했다. 기록에 따르면 영조와 후궁 영빈 이씨 사이에서 태어난 화협옹주는 열한살 때 영의정 신만의 아들 신광수와 혼인했으나 자손을 낳지 못하고 스무살 때 홍역으로 세상을 떠났다. 경기 남양주시 삼패동에 있는 그의 무덤에선 옹주가 생전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빗·거울·눈썹먹 등 화장도구와 다양한 화장품이 담긴 소형 도자기 등이 나와 관심을 끌었다.

이에 약 270년 전 화협옹주의 유물을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킨 화장품이 나온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한국전통문화대학교, 화장품 제조회사 코스맥스는 22일 박물관 강당에서 ‘전통화장품 재현과 전통 화장문화 콘텐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제품으로 제작한 크림·파운데이션·입술보호제 등 화장품 3종을 공개했다. 문화재청 산하 한국전통문화대와 국립고궁박물관은 화협옹주 묘에서 나온 화장품·화장도구 등을 분석해 개발한 ‘화협옹주 도자 에디션’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화협옹주 미안고(美顔膏) & 미안자기(美顔瓷器)’, 이번에 새로 선보이게 된 제품의 이름이다. ‘미안고’는 얼굴을 위한 일종의 보습 크림으로, 몇몇 천연 오일(동백나무씨·당호박씨·쌀겨)이 들어간다. 입술연고(lip-balm)와 비슷하면서도 펴바르기 좋은 질감을 가졌다. 손에 쥐기 편한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미안자기’는 도자기로 된 얼굴 마사지 도구다. 예로부터 기구를 이용해 신체의 특정 부분을 누르거나 마찰을 일으켜 얼굴 부기를 완화하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던 민간요법이 있었다. ‘괄사’라고 한다. 미용을 위한 괄사가 ‘미안자기’ 덕분에 한층 친숙해질 전망이다.

시제품엔 유물분석과 문헌조사로 확인된 홍화·쌀가루·익모초 등 전통 천연재료가 쓰였다. 총괄연구책임자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정용재 교수는 출토 유물에서 나온 탄산납과 수은 등 인체유해 성분을 제외, 발색력 향상과 보관기간 연장을 위한 현대적인 안료 등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이준배 코스맥스 랩(연구개발센터)장은 해외 상황을 언급하며 ‘스토리텔링’과 ‘신상품’이 만나는 시대성을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전통문화에 기반한 화장품 브랜드가 출시되고 있다. 차별화된 마케팅과 스토리 발굴이 중요하다."

한국문화재재단은 온라인숍 판매를 시작한 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박물관 기념품숍과 면세점 등으로 판매망을 넓힐 계획이다. 김동영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전통 가치의 재창출, 문화유산산업 진흥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가 "당시 화장품에 쓰였던 재료를 과학적 인문학적으로 연구한 성과를 담은 본격적인 결과물"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통문화와 공예의 조화를 현대적으로 구현한 본보기 사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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