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청약 일정에 돌입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견본주택. /연합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이 기대 이하의 청약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때 ‘10만 청약설’까지 나왔지만 일부 주택형은 예비당첨자 5배수도 채우지 못해 미분양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을 재개발하는 장위자이레디언트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림픽파크포레온은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16개 주택형 가운데 절반이 예비당첨자 인원 500%를 채우지 못해 2순위 청약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지난 6일 해당지역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3695가구 모집에 1만3647명이 신청, 3.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7일 진행된 기타지역 1순위 청약에는 3731명이 신청해 최종 1순위 경쟁률은 4.7대 1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5일 실시된 특별공급 역시 1091가구 모집에 3580명이 청약해 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956가구를 모집하는 장위자이레디언트는 해당지역 1순위 청약을 진행한 7일 2990명이 신청, 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모든 주택형의 분양가가 12억원을 넘지 않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지만 전용 49㎡의 경우 미달까지 발생했다. 기타지역 1순위 청약도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당초 부동산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부담과 집값의 추가 하락 우려에도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청약 경쟁률이 20대 1은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강남 4구에 1만2000가구가 넘는 초대형 단지라는 점, 올림픽공원에 인접해 있는 입지 등을 감안하면 청약 수요가 충분할 것이란 관측이었다.

하지만 고분양가, 중도금 대출 불가, 부엌 뷰 논란 등이 발목을 잡았다. 실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분양가가 3.3㎡당 3829만원으로 4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실수요자가 가장 선호하는 84㎡의 모든 주택형은 12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84㎡ 주택형의 수분양자는 12억원이 넘는 금액을 대출 없이 전액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인근의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것도 저조한 청약 성적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강동구 상일동의 고덕아르테온과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 등 주요 비교 단지에서는 최고가 대비 수억원이 떨어진 거래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단지의 급매물을 매입할 것인지, 올림픽파크포레온에 청약할 것인지 고민하는 실수요자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림픽파크포레온에 청약할 경우 2년 실거주 의무와 8년 전매 금지 등의 조건도 따라 붙는다.

시장의 관심은 올림픽파크포레온 당첨자들의 실제 계약 여부 및 미분양 발생 가능성에 모아지고 있다. 통상 경쟁률이 높게 나오면 당첨자들은 자신의 선택이 시장의 판단과 맞았다는 확신으로 계약한다. 하지만 경쟁률이 낮으면 불안함이 가중돼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쟁률은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의 경쟁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근 청약을 진행한 인덕원자이SK뷰도 경쟁률이 5대 1을 넘었지만 절반 이상이 계약을 포기해 무순위 청약에 나선 상태다. 미분양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초에는 동대문구 휘경3구역을 재개발하는 휘경자이디센시아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서초구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원펜타스, 그리고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하는 메이플자이도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흥행불패로 꼽히던 서울 대단지에서 잇따라 저조한 청약 성적이 나오면서 청약 한파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 외의 지역, 특히 지방의 청약시장은 이미 폭풍권으로 진입하고 있는 상태다. 전남 함평군의 엘리체시그니처는 지난 5일부터 이틀간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 신청을 받았지만 단 1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광주 북구의 산이고운신용파크 역시 227가구 1순위 청약에 71건만 접수돼 모든 주택형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상황은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파주 운정신도시의 A2블록 호반써밋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1031가구에 대한 청약을 2순위까지 진행했지만 269명만 청약해 전 주택형이 미달 상태로 접수를 마쳤다.

일부 지방 단지의 경우 위약금을 물어가면서 입주자 모집을 취소하는 건설사도 나오고 있다. 미분양 마케팅에 자금을 쏟아붓느니 완공 후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재분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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