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생산시절 확충 등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인력 화보가 어려워 애를 머고 있다. 사진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탓으로 지난해 11월 8일(현지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 완성차의 주차타워가 한산한 모습. /AP=연합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생산시절 확충 등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인력 화보가 어려워 애를 머고 있다. 사진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탓으로 지난해 11월 8일(현지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 완성차의 주차타워가 한산한 모습. /AP=연합

반도체의 세계적인 부족 사태에 따라 공급 확충을 위한 투자가 대폭 늘어나는 가운데, 업체는 인력 부족으로 고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반도체 업계가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서만 7만~9만 명의 인력을 추가 고용해야 한다.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에 맞춰 생산시설이 확충되면서 인력난에 부딪친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다른 업계보다 생산 자동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지만 시설 운영을 위한 기본 인력은 여전히 필수불가결하다.

반도체산업 인력이 부족한 이유로 업계 관련자들은 젊은이들의 ‘외면’을 꼽고 있다. 최근 대학에서 소프트웨어·인터넷 관련 기술을 배우려는 학생은 늘어난 반면, 반도체 등 공학 전공자는 감소하는 추세다. 뉴욕에 위치한 로체스터공대(RIT)의 경우, 1980년대 중반 50명에 달하던 전자공학 전공 학부생이 최근 10명으로 줄었다. "이제 학생들은 구글용 앱을 만들거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샌토시 큐리넥 RIT 교수의 설명이다.

파운드리 업계 글로벌 1위 TSMC가 위치한 대만도 지난해 8월 기준 2만7700명의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44% 늘어난 수치다. 중국은 최근 5년간 반도체 업계 종사자가 2배 늘었지만 아직도 25만 명이나 부족하다고 전해진다. 미국 역시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30만 명의 인력을 필요로 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일본에선 한 때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자국 반도체 산업의 몰락 이유가 한국·중국 등에 인력을 빼앗겼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1986년부터 시작된 미·일 반도체 협정의 결과, 과세를 피하려는 일본 기업들은 대만·한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며 기술 이전을 해주게 됐고, 1990년 중반부터 심각한 인력 유출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반도체의 성공은 일본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방침이 초래한 기회, 그것을 잘 활용한 것이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이렇듯 경제는 국제정치·외교와 무관하기 어렵다.

반도체 업체들이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대학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만은 지난 5월 첨단 기술 분야의 산학협력 관련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업계와 대학의 협력이 향후 10년간 대만 반도체 산업의 기반을 만들 것이다." 류더인 TSMC 회장의 기대어린 발언이다. 일본 또한 이르면 올해부터 큐슈(九州) 지역의 8개 고등전문학교에 반도체 제조·개발에 관한 교육과정을 신설한다. 대만 TSMC가 일본 정부 지원을 받아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쿠마모토(熊本)현이 바로 큐슈에 있다.

인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해외인력 채용을 더욱 쉽게 하는 법안 통과를 위해 의회 로비를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인텔이 1000억 달러(약 119조 원)를 들여 미국과 유럽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는 등,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수요 급등에 부응해 생산시설 확충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적극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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