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시민위·심의위' 3연패…검찰, 이재용 기소할까(종합)
'영장심사·시민위·심의위' 3연패…검찰, 이재용 기소할까(종합)
  • 정하늬 기자
  • 승인 2020.0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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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20.6.8

삼성 합병·승계 의혹에 연루돼 검찰의 기소 결정을 앞두고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던진 '승부수'가 통했다.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해 소집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가 26일 현안위원회(현안위) 회의에서 이 부회장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해야 한다고 결론내며 1년 7개월간 진행된 검찰 수사엔 비상이 걸렸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 있고 강제성은 없다. 그러나 검찰이 이에 반해 기소를 강행하면 앞선 8차례와 달리 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첫 선례가 된다. 기소하거나 기소 뒤 공소유지를 하는데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심의위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15층 소회의실에서 비공개 현안위 회의를 열고 검찰과 삼성 측이 낸 A4용지 각 50쪽 분량 의견서, 의견진술 내용을 검토한 뒤 삼성 측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20만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요약하는데도 공을 들였다.

9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현안위는 위원장 직무대행을 뺀 13명이 기권없이 표결에 참여해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김종중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삼성물산에 대해서다.

현안위에선 자본시장법 위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아 토론이 이뤄졌고, 이 부회장 등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 기각사유에 대한 토론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현안위원은 "주가조종 및 분식회계 등 모든 것을 놓고 긴 시간 전문가들이 모든 측면을 고민하고 고려, 토론을 거친 끝에 나온 결과로 봐달라"며 "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부분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에 기재한 혐의는 모두 기소한다는 입장이었던 검찰은 당혹한 기색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금까지의 수사결과와 심의위 심의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심의위 결정을 수용하든 안 하든, 모두 검찰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심의위 결론을 받아들이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던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게 된다. 반면 심의위 결정과 달리 이 부회장 수사를 계속하고 재판에 넘기게 되면 검찰이 결국 독단적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검찰은 장기간, 대대적 수사를 거쳐 다량의 증거를 확보한데다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를 근거로 이 부회장 기소에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기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요 피의자들 기소만 남겨둔 수사를 이제 와 접으면 그간 벌인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그동안 검찰은 110여명에 대한 430여건의 소환조사, 50여건에 달하는 압수수색을 벌였다. 최근엔 이 부회장을 두 차례 불러 조사하고 구속수사도 시도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첫 사례가 된다는 부담을 지더라도 이 부회장에 대해 기소를 강행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규정을 무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더라도 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단 강한 의지를 드러낼 것이란 관측이다.

이 경우 외부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검찰이 자체적으로 만든 제도를 스스로 부정했다는 비판여론이 커질 수 있다. 나아가 기소독점주의 폐해를 방지하게 위해 만들어진 제도의 본질이 훼손됐다는 점에서 '심의위 무용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심의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기업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줘 감사하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이 사건의 심의위 소집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 결정에 이어 또 한 번 완승한 삼성 측은 검찰이 심의위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 측은 이 부회장에게 혐의가 없을 뿐더러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만일 이 부회장이 기소돼도 심의위 결과를 존중하지 않아 발생한 검찰에 대한 비판여론을 최대한 이끌어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jhn20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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