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LG디스플레이의 LCD TV 패널 생산라인(P7 공장)이 12월 중 가동 중단된다. 삼성은 지난 6월 말 이미 LCD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1991년 사업을 시작한 지 30년 만이다.

파주 P7 공장은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갖고, 2006년부터 LCD TV 패널을 생산했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를 당해내지 못했다. 삼성·LG의 TV용 LCD 사업은 몇 년 전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작년부터 철수 시기만 저울질하던 사업이다. 그러니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다.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때와 같은 고용 충격도 없다. 삼성·LG 모두 차세대 제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평판디스플레이나 액정디바이스로 불린 이 품목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반도체, 자동차·부품, 선박, 석유제품, 합성수지와 더불어 10대 수출품목에서 빠지지 않았다. 올해 1~11월 총 수출액이 198억 달러인데, 213억 달러인 자동차부품에 이은 8위다. 그 내용은 LCD에서 OLED로 바뀌었다. 성공적인 산업·품목 전환 사례다.

하지만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산업·품목 대부분은 규모를 배경으로 과감한 최신 설비·장비 투자를 하는 중국의 추격에 매우 취약하다. 바람 앞의 등불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 10대 수출 품목은 중동 산유국의 유전(油田)과 같은 것이다. 유전이 말라버리면 산유국의 상류층은 벤츠를 타다가 조부모들처럼 낙타를 타야 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지난 11월 방한한 사우디 왕세자 빈살만이 5000억 달러를 들여 네옴시티(NEOM CITY)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다.

그런데 산업대국 중에서 한국만큼 정치권이 미래 먹거리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그 어떤 나라보다 중국의 경제적 비상으로 인해 많은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는 그 어떤 나라보다 중국과의 생사를 건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이런 문제에 일체 관심이 없다. 직장의 계급화, 노조의 귀족화, 공공의 양반화, 대·공기업 정규직의 철밥통화를 방치하면 우리의 ‘유전’도 마른다. 우리는 낙타가 아니라 소달구지를 타야 한다. 정치권은 정신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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