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변화와 단결’ 의원총회에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연합

대선을 60여일 남겨두고 국민의힘 윤석열 선대위가 구조조정 수준의 전면 개편 수순을 밟았다. 국민의힘은 3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등을 포함해 선대위 주요 직책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지사항을 내고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쇄신을 위해 총괄선대위원장,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가 후보에게 일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당 내홍과 윤석열 후보 지지율 급락에 책임을 지고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 3인방이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선대위 직책과 당직에서 일괄 사퇴한다고 밝혔다.

반면 윤석열 대선후보와 극한 갈등을 겪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사퇴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 일각에선 당의 지도부인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갈등을 유발했다며 지지율 하락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공개 발언에서 "남 탓할 일이 아니고 내 탓이라 생각하고 원내대표인 저부터 쇄신하겠다"며 "저부터 먼저 공동선대위원장직과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도읍 정책위의장과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도 선대위직과 당직에서 일괄 사퇴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이 대표 역시 당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왜 의총에 불참했느냐"며 "당장 참석하라"고 고함을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대위만 총사퇴할 것이 아니라 당 지도부도 사퇴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내지도부 사퇴로 이 대표의 거취 역시 압박을 받는 모양새다. 다만 이 대표는 사퇴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와 젠더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합류 2주 만인 이날 사퇴했다. 신 수석부위원장이 이날 오전 이 대표를 겨냥해 사퇴를 선언하자,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이 오후에 "그에게 덧씌워진 오해를 넘어서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윤 후보에게 사의를 표명하는 등 종일 줄사퇴가 이어졌다. 새시대준비위원회는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원외 인사들이 많이 포진한 윤 후보 직속 기관이다.

신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윤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온 저에게 더 강한 저항은 국민의힘 내부에 있었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경로로도 선대위 관계자나 의사결정권을 가진 인사에게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말해 신 수석부위원장 사퇴 압박설을 부인했다.

윤 후보는 신 전 부위원장 사퇴 직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사실상 20·30대 남성들의 반발을 수용했다. 그는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라고 반성문을 썼다. 이어 "솔직하게 인정한다. 제가 20·30의 마음을 세심히 읽지 못했다"며 "특히 젠더 문제는 세대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고 털어놨다. 쇄신 의지로는 "앞으로 기성세대가 잘 모르는 것은 인정하고 청년세대와 공감하는 자세로 새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윤석열 선대위 일괄 사퇴를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뜻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동시에 그동안 불거진 내홍을 추스르고 선거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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