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
김인희

정신병리학 증상 중 하나로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용어로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1955년 작 ‘재능 있는 리플리 씨’라는 소설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된 말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단순한 거짓말과 다르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거짓이 탄로날까봐 전전긍긍하지만, 리플리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은 거짓을 말하면서도 자신의 말이 완벽한 진실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거짓말을 하면서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오히려 그 거짓을 폭로하려는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몰며 비난한다. 그런 심각한 인격장애가 있는 사람이 국가를 통치하는 자리에 있다면 그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불행하게도 이미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대통령을 겪은 나라다. 그 주인공은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문 전 대통령은 본인의 임기 5년동안 북한과의 종전선언이라는 업적을 남기기 위해 본인이 직접 지시해 북한에 대한 감시 태세를 느슨하게 했다.

육상으로는 DMZ 내 군 초소(GP)를 다수 폐쇄하는가 하면 해상으로는 북한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음에도 "북한이 NLL을 인정했다"며 북한을 옹호하기까지 했다.

그것 뿐인가. 지난 정부에서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때마다 군 당국이 ‘미사일’ 대신 ‘미확인 발사체’라고 발표할 정도로 북한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했다.

북한과 9·19 군사합의를 체결해놓고도 북한이 이를 일방적으로 위반할 때 이를 비난하는 성명조차 제대로 낸 적이 없었던 문재인 정부였다. 오히려 9·19 군사합의 준수를 위해 우리 군의 전방 3개 기갑사단을 해체에 가까운 방식으로 휴전선에서 후퇴시키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난달 말 북한의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까지 침투하는 일이 벌어지자 "무인기에 대한 대응은 지난 정부 때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했다"며 오히려 본인의 임기동안 국방력이 강화됐다는 논지의 발언을 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본인 임기 중 국방력이 약화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체면치레로 한 말도 아니다. 본인 임기 시절 국방력을 강화시켜놨는데 현 정부에서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발언까지 연이어 꺼낸 것을 보면 문 전 대통령은 ‘진심으로’ 본인 임기 중 국방력이 강화됐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리플리증후군을 더욱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전 정부 시절 이뤄진 ‘통계조작’ 의혹이다. 통계는 신뢰할 수 있는 정확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며 통계가 보여주는 숫자 자체에는 어떤 의도가 개입되어선 안된다.

하지만 전 정부 시절 추진된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부동산 정책이 모두 실패하며 문 전 대통령 본인이 기대했던 통계치를 얻지 못하자 통계청장을 경질해버렸다. 통계청장을 경질하며 통계 방식을 바꿔버린 끝에 문 전 대통령은 결국 ‘의도했던’ 통계치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 통계치를 진실이라고 믿었기에 발표했다면 문 전 대통령의 리플리 증후군을 더욱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고, 만약 그 통계치가 거짓임을 알면서도 발표했다면 국민들을 기만하려 한 대통령인 셈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본인이 진실이라고 말하는 그 거짓을 국민들이 믿어줄 것이라고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직 대통령으로서 본인이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것을 인정할 용기가 쉽게 생기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의 평가다. 이제는 리플리 증후군에서 벗어나 세상의 진실을 보는 것이 문 전 대통령 본인의 평판을 더 갉아먹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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