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탈세, 인류 삶과 불가분의 관계...막강 권력자도 세금문제 고민

MBC TV 금토드라마 ‘트레이서’.

드디어 ‘탈세’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왔다. 7일 첫 방송 이래 금·토극 1위를 달리는 MBC ‘트레이서(추적자)’. 대기업의 탈세를 위해 일하던 회계사 임시완(황동주 역)이 국세청으로 이직한 뒤 세금 체납자들의 ‘나쁜 돈’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숨기는 자’ ‘찾아내는 자’의 싸움을 속도감 있게 풀어낸다. 세금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양식을 일깨우는 작은 발걸음이 될지 기대된다. 주인공은 20억 원을 체납하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야구선수의 세금을 받아내는가 하면, 체납 세금 100억 원의 대기업 회장 집 임시 벽에서 현금 10억 원을 발견하는 활약을 보여준다.
 

탈세의 세계사-세금은 세계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더봄, 2020.
탈세의 세계사-세금은 세계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더봄, 2020.

우리나라도 세금 문제를 더 일상적 화제 혹은 선거철 토론거리 삼는 날이 올까? 드라마 ‘트레이서’와 함께 읽어볼 만한 대중교양서로 <탈세의 세계사>가 있다. 이 방면의 전문적인 연구를 오래 해온 일본의 한 전직 세무관의 저서다. 고대 그리스·이집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조세’와 ‘탈세’가 국가의 흥망과 역사적 사건의 고비마다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다. 세계사를 ‘세금’ ‘탈세’라는 프리즘으로 바라보면서 역사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통찰력을 길러준다. 국가가 출현한 이래 ‘세금 제도’와 ‘탈세’는 인류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였음을 단행본으로 살펴볼 수 있다.

로마제국 멸망, 스페인의 몰락,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 혁명 등등 굵직굵직한 세계사의 이면엔 부자들의 탈세와 부당한 증세가 있었다. 부자는 탈세에 안간힘을 쓰고 서민이 피폐해지면 필연적으로 모두 망하게 된다. 고대 그리스엔 자산가의 부정한 탈세를 밀고하는 제도(안티도시스)가 있었다. 순기능이 없지 않았으나 중소 상인들 다수가 파산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고대 중국의 경우, 조세 기피에 주로 쓰인 것은 ‘호적 속임수’였다. 가혹한 인두세(人頭稅)와 병역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진시황·로마교황·칭기즈칸·헨리 8세·히틀러·푸틴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권력자들도 하나같이 세금문제로 고민했다. 세계적인 부호 로스차일드 가문의 쇠퇴 또한 소득세·상속세 영향이 크다. 세기적인 그룹 비틀즈 역시 세금을 피하려 궁리하다 해체의 길을 갔고, 그 외 세계적인 팝스타나 프로 스포츠 선수의 국적 변경에 직간접적인 이유가 된다.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이 조세피난처에 회사 주소지를 두는 것, 전부 세금 때문이다. 2010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측에 따르면 남태평양 제도의 조세피난처에만 18조 달러가 쌓여 있다. 세계 총생산의 약 3분의 1에 맞먹는다.

누구든 세금이 반가운 사람은 없겠지만 ‘탈세’가 만연할 때 국가는 위태로워진다. 무장봉기·혁명·국가분열·국가붕괴 등이 대부분 탈세 및 세제의 허점과 얽혀 있다. 또한 사회 전반의 ‘도덕적 해이’ 이전에 ‘공정하지 않은 세금’의 문제일 수 있다. ‘탈세’라 하면 ‘꼼수’ 이미지가 강하고 동서고금 이런 유형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압제 정치와 과도한 세금 때문에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요즘 말로 ‘조세 저항’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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