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
김인희

올해 2023년은 선거가 없는 해다.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선거가 없는 해 = 공공요금이 인상되는 해’로 인식된다. 대중교통 요금·전기 요금·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을 인상하면 곧바로 서민들의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이것이 투표에서의 표심으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 서비스를 운영하는 공기업의 적자가 계속 누적돼도 정치적 논리로 인해 요금 인상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지하철·버스 요금이 인상됐던 것은 지난 2015년이 마지막이었다. 역시 그 해에도 선거가 없었다. 그로부터 8년이나 요금인상 없이 버티는 동안 서울 지하철의 누적 적자는 17조원을 돌파했다. 서울시의 한 해 예산을 훨씬 뛰어넘는 돈이 서울 지하철의 적자로 쌓여있는 셈이다.

서울시도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그동안 쌓인 적자를 다 해소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적자가 누적되는 속도는 늦출 수 있다. 그런데 요금 인상만큼이나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노인 무임승차다. 서울교통공사의 연구 결과 지하철 적자의 약 70%가 노인 무임승차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말하면,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하는 것만으로도 적자의 상당부분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노인 무임승차의 법적 근거는 국가에서 제정한 노인복지법 제 26조 경로우대 조항이다. 물론 지하철을 건설할 당시에 국가에서 투입한 예산이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이런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은 타당하다. 하지만 국가에서 정한 법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 손실을 지방자치단체가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는 국가 복지정책의 일환이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왜곡돼있는 복지다. 노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정책이지만, 그 혜택은 지하철이 설치된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만 제공된다. 지하철이 없거나 이용하기 불편한 지역의 노인들에게는 ‘있으나 마나’한 정책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주지 않는다. ‘모든 노인’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지하철이 설치된 대도시에 거주하는 노인의 경제적 상황은 대부분 지하철이 없는 농어촌 산간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상황보다 낫다. 따라서 대도시에 거주할 경제력이 있는 노인들이 더 혜택을 보는 이상한 복지인 셈이다.

노인 무임승차로 인해 출퇴근시간의 혼잡도가 더해진다는 것도 문제다. 지하철 수요가 최대에 달하는 시간은 오전 7시~9시와 오후 6시~8시 사이다.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퇴근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노인 무임승차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시간도 이 시간대다. 직장인들과 동일한 시간대에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것은 그 노인들 중 상당수는 일자리가 있고 소득이 있다는 뜻이다. 소득이 있는 노인들의 지하철 요금도 지방자치단체에서 대신 내줘야 할 이유는 없다.

물론 과거 성실하게 피땀흘려 지금의 대한민국을 건설한 노인들의 공로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당연히 그 공로에 맞는 존중과 대우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반드시 완전 무임승차일 필요는 없다. 일반 요금보다 50% 감면하는 정도로도 충분한 혜택이 될 수 있다.

1984년 노인 무임승차와 관련된 시행령이 제정될 당시 65세 노인 인구 비율은 전국민의 4%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3년 65세 노인 인구 비율은 18.4%다. 또한 지금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 노인 인구 비율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의 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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