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재
최영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잇따른 ‘멸공’ 발언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개의치 않고 계속 관련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9일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넘버원 노빠꾸’라는 글자 장식이 꽂힌 케이크 사진을 올리면서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를 위협하는 위에 있는 애들(북한)을 향한 멸공"이라며 "날 비난할 시간에 좌우 없이 사이좋게 싸우지 말고 다 같이 멸공을 외치자. 그게 바로 국민이 바라는 대화합"이라고 적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멸치’와 ‘콩’을 든 모습의 사진을 공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정 부회장이 띄운 ‘멸공’과 ‘반공’ 이슈는 사실 한국 보수정치권에서 해묵은 논란거리다. 요점을 말하자면 멸공과 반공을 내세우면 보수가 2030에 확장력을 갖지 못하니 반공 보수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민의힘 하태경, 유승민 등 바른미래 복당파 의원이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의 속성상 다양성을 허용해야 한다. 그래서 특정 이념을 적으로 삼거나 배제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는 지적인 허영에 젖어 있는 지식인들이나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형식만의 민주를 절대화하게 되면 결국 자유를 훼손하고 민주 자체도 무산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 소비에트 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등 공산 전체주의는 하나같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그러나 그 민주주의는 모두 껍데기 장식물이다.

민주주의는 오로지 자유를 심장으로 하는 자유민주체제일 때만 생명력을 갖는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자유를 부정하는 공산 전체주의의 반대편에 있지 않으면 결국 사망한다. 형식에는 집착하면서도 정작 반공을 잊은 민주는 의도했든 않았든 간에 자유를 집어삼키고 민주 자신도 파괴한다.

왜냐하면 자유민주주의는 역설적으로 자신이 허용한 자유 때문에 체제를 전복하는 반체제 세력들 특히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끊임없이 용인하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속성상 반체제 세력들이 펼치는 전복전의 먹잇감이 되기가 십상이다. 반대는 성립되지 않는다. 북한이나 중국 같은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공간이 열리지 않는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이런 반공의 엄중함을 인식한 이가 박정희였다. 그는 6·25전쟁 전 여순반란사건에 연루된 좌익으로 사형집행 직전까지 간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는 공산주의가 자유민주주의의 맹점을 이용해 어떻게 체제를 전복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박정희가 5·16혁명과 10월유신을 일으킨 것은 바로 ‘민주’의 자기 파괴를 막고 나아가 한국 자유민주체제의 물적 기반을 굳히기 위함이었다.

박정희가 1968넌 선포한 국민교육헌장은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라고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교육헌장은 학교현장에서 퇴물이 된 지 오래다. 또 반공도 진부한 유물 취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승만 자유당을 계승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서 이런 현상이 더욱 강하다.

한국사회가 이렇게 된 기저에는 1980년대 좌익운동권 세력들이 있다. 당시 이들은 민주화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분명히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김일성주의에 기반한 체제 전복과 폭력혁명을 추구했다. 현재 이인영 통일장관이 김일성주의를 이념으로 한 전대협 의장이었다.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국 또한 폭력혁명을 꿈꾸던 사노맹 출신이었다. 아직까지 이들이 전향을 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헌법 가치 속에서 존재하는 정상적인 진보정당이 아니라 북한을 추종하는 좌익정당이 돼버렸다.

이러한 좌익들의 발호가 거듭되면서 이석기 경기동부연합 조직원이던 양경수가 민노총 위원장이 되었다. 전교조 또한 80년대 좌익운동권 출신들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중고교 역사 교과서들도 이들의 좌익적 역사관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등 모든 종교계에도 이 좌익들이 침투해 있다. 언론계와 문화계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공산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좌익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고 할 법조계마저도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되면서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좌익 법조인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바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자들이 자유를 방패로 세력을 확장해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이후의 세계 모든 나라 현대사를 보면 ‘반공’을 내세우지 않는 민주주의는 어김없이 전체주의나 공산주의로 넘어가고 말았다.

한국의 자유민주체제는 취약하고 허약한 상태서 출발했지만, 반공 민주 정신을 굳건히 했기에 지켜지고 성장할 수 있었다. 신세계 정용진 회장의 거침 없는 멸공 강조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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