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종류의 민낯이 드러날 줄 알았다. 2000년 이후 대북 불법송금 스토리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안부수 아태협 회장 등이 북한에 돈 주고, 뺨 맞고, 대남전략에 말려든 스토리가 딱 그렇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에 등장하는 북한 고위급 인사는 4명이다. 북한 정찰총국장 출신 김영철 조선아태위 위원장, 리호남 국가보위성 공작원, 리종혁 조선아태위 부위원장 및 그의 부하 송명철 부실장이다. 2018년 이화영 당시 부지사가 김영철을 접촉한 뒤, 2019년 쌍방울그룹이 총 800만 달러를 북측에 주기로 했다. 명목은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사업’이다. 실제는 ‘이재명의 대권을 위한 사업’이다.

당시 쌍방울은 북한 광물 채굴권을 탐냈고, 북한 김영철 측은 달러를 받고, 이화영·안부수 등은 이재명을 대권 가도 반열에 올려놓는 게 목적이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남북관계에서 정치·경제적으로 크게 ‘한탕’하는 게 목적이었던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다.

문제는 이런 그림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자들이 호락호락 안 넘어갈 뿐더러, 싸그리 돈 뜯어내고 대남전략 일환으로 사업 방향을 바꿔 버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2019년 송명철 부실장은 이 부지사에게 "경기도가 무슨 낯으로 왔느냐"며 대놓고 면박을 줬다고 한다. 당초 경기도가 내기로 했던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를 쌍방울 김 전 회장이 ‘대납’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돈이 제때 들어오지 않자, 송 부실장은 이 부지사에게 ‘돈도 없는 경기도는 빠져라’고 압박한 것이다. 송 부실장은 이 부지사를 압박하고, 이 부지사가 또 김 전 회장을 압박해, 곧바로 1주일 뒤 200만 달러가 송 부실장에게 전달됐다.

이런 농간으로 이후 총 800만 달러+50만 달러가 북측에 전달됐다. 50만 달러는 십중팔구 김영철 등 4인이 김정은에게 바치는 ‘별도의 뇌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래된 북한의 뇌물 구조가 그렇다.

김 전 회장의 불법 대북송금은 이재명-이화영·안부수-김성태 팀과 김영철·리종혁·리호남·송명철 팀이 벌인 한판의 사기극이다. 결국 김영철 팀의 ‘한판승’으로 끝나는 것 같다. 검찰은 철저히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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