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올해 슈퍼예산이 풀리기도 전에 대규모 추경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3일 예산 처리 기한을 하루 넘겨 2022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연합
여권이 올해 슈퍼예산이 풀리기도 전에 대규모 추경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3일 예산 처리 기한을 하루 넘겨 2022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연합

여권은 올해 607조원이 넘는 슈퍼예산이 풀리기도 전에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안의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추진되는 사상 초유의 2월 추경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25조~3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연초 추경에 드라이브를 걸자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100만원 소상공인 방역지원금과 500만원 손실보상금의 선(先)지급 후(後)정산 등 소상공인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방역지원금은 최근 2차 지급을 시작했고, 손실보상금 선지급은 오는 19일부터 신청을 받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이재명 후보는 전국민 1인당 100만원의 재난지원금도 주장하고 있다.

예산 편성권을 쥐고 있는 정부는 그동안 연초 추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결국 백기를 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앞으로 방역 진행 상황이나 소상공인 피해 상황, 추가 지원 필요성, 국회에서 확정된 기정예산에서 동원할 수 있는 규모와 세수 등의 여건을 정부가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판단해서 추경 편성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현 시점에서 추경 편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 회의에서 "정부와 협의해 추경 방향성을 잡고 있다"며 아예 당정협의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이번 주 후반께 2월 추경 편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선거운동 개시일이 2월 15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경 의결의 데드라인은 2월 14일이기 때문이다. 또 추경 편성에 필요한 최소 2주 이상의 물리적 시간과 설 연휴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주말 또는 내주 초에는 최소한 편성 여부는 결정돼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연초에는 초과 세수나 기정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3월의 1차 추경 당시에도 14조9000억원 가운데 9조9000억원을 적자국채로 충당한 바 있다.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가 1064조4000억원으로 불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사상 처음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국가채무를 지난해 12월 기준 주민등록상 인구 5163만8809명으로 나누면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2061만원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요구대로 추경 재원 25조~30조원이 모두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된다면 나랏빚은 110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1%까지 치솟는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2120만원으로 커진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국가채무는 660조2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임기 5년 동안 1064조4000억원으로 404조2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 143조2000억원, 이명박 정부 180조8000억원, 박근혜 정부 170조4000억원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나랏빚이 빠르게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제어할 재정준칙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정부는 나랏빚이 급격하게 늘자 지난 2020년 10월 재정준칙을 마련했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지 1년 만인 지난해 11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한 차례 논의됐을 뿐 더 이상의 언급은 없다. 국가채무는 폭증하고 있는데, 이를 제어할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채무가 급증하면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국가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非) 기축통화국이 발행하는 국채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대우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모든 문제를 재정으로 해결하려는 재정 중독도 문제이지만 ‘선거용 돈 풀기’를 위해 예산을 동원하는 것은 유권자가 낸 세금으로 표(票)를 사들이는 파렴치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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