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정당 내부에는 이른바 ‘개혁보수’ 또는 ‘따뜻한 보수’로 불리는 흐름이 있다. 유승민이 그런 흐름을 대표하며 이준석도 그 계보로 분류된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천하람도 그 흐름에 속한다. 박정희보다 김대중을 높이 평가하고 종북좌파에 대한 공격에 극렬하게 반발하는 것을 보면 정체성을 짐작할 수 있다.

천하람은 ‘젊은보수’라는 단체를 통해 정치권에 등장했다. 이 단체는 존속기간도 짧았고 활동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 브랜드뉴파티와 함께 2020년 당시 미래통합당에 합류했다. 브랜드뉴파티는 온갖 정치적 추문에 단골로 등장하는 조성은이 주도했던 조직이다. 당시에도 가짜 당원 명부로 심각한 도덕적 파탄을 드러냈다.

천하람은 21대 총선 당시 인천 연수을에 공천 신청했다가 컷오프되자 느닷없이 순천으로 내려갔다.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이정현 의원이 2선을 한 지역이다. 보수 정치인이 2선을 할 만큼 ‘표밭’이 좋은 이곳에서 천하람은 3.02%를 득표했다. 광주와 전남의 다른 미래통합당 후보들보다 득표율이 낮았다.

하지만 천하람은 대구 출신으로 호남에서 보수의 깃발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위상을 누렸다. 국민의힘이 호남 몫으로 배려한 당직을 독식했다. 호남의 보수 정치를 위해 자신을 던져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알량한 호남 정치인의 몫마저 뺏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천하람은 호남에서 한 일이 없다. 21대 총선 당시 광주에서는 ‘5·18 제사의 도시’라는 워딩이 강고한 민주당 기득권에 충격을 던졌다. 지난 대선에서는 복합 쇼핑몰 이슈로 보수 후보가 87체제 이후 최초로 10%대 득표의 벽을 넘어섰다. 천하람은 이런 변화에 기여한 바 없다. 대구 출신 호남의 보수 정치인이라는 간판을 팔아 종편에 부지런히 등장했을 뿐이다.

‘개혁보수’는 87체제의 패배자인 우파의 사생아들이다. 정치적 가치는 좌파를 추종하면서 몸은 우파에 둔다. 좌파의 도덕적 위세를 빌려 우파 내에서 정치적 우위를 점하고 군림한다. 정치적 호가호위(狐假虎威)이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리는 격이다. 천하람은 그런 왜곡의 끝물이다. 이런 우파 정치의 처참한 현실을 끝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런 싸구려 보수를 퇴출시키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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