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가 7월부터 6.7% 오른다. 한 달에 590만 원 이상 버는 국민연금 납부자는 이전보다 월 3만3300원 오른 53만1000원을 내야 한다. 1998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6.7% 인상은 전체 가입자 평균 소득의 최근 3년간 평균액 변동률이다. 이 기준은 7월부터 내년 6월까지다. 소비자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실질임금은 감소하는 와중에 보험료도 오른다.

국민연금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계속 투자에 실패해왔다. 작년에는 투자 손실액이 80조에 육박한다. 운용 수익률이 -8.22%다. 글로벌 금융시장 위축으로 해외 주요 연기금 실적이 대부분 나쁘긴 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을 비교하면 국민연금은 4.7%로 많이 낮은 편이다. 캐나다(10%) 노르웨이(6.7%) 일본(5.7%)에 한참 뒤진다. 투자 실력이 형편없다는 이야기다. 오죽하면 "대출 장사나 하라"는 비아냥이 나오겠나. 이유가 딴 데 있지 않다. 국민연금 투자를 전문가들이 하지 못한다.

국민연금 운용을 최종 결정하는 기구는 ‘기금운용위원회’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20명에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연금 이사장 등 정부 대표와 시민단체·노조·사용자 대표 등이 참여한다. 투자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기금을 투자해서 돈을 벌려면 ‘돈 버는 전문가’가 나서야 할 게 아닌가. 정부 대표들은 ‘책임’을 져야 하니까 위원회 당연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시민단체 대표, 노조 대표가 ‘돈 버는 위원회’에 왜 들어가는가? 이들이 전문가도 아닌데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나. 이는 군인이 한 명도 없는 군대가 전쟁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것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이런 코미디 같은 상황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8년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가 투자 비전문성을 지적했지만, ‘패거리 인사’에 눈이 먼 문재인 정부에서 쇠귀에 경읽기였다. ‘낙하산 인사’도 계속됐다. 김성주·김용진 등 총선 낙선자들이 잇따라 국민연금 이사장에 임명됐다. 사정이 이러니 국민연금이 돈을 벌 수도 없고, 그 책임만 불쌍한 월급쟁이들에게 돌아온 것이다.

정부는 좌고우면 할 것 없다.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을 전문가들로 싹 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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