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가 오늘 마무리된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4인, 청년최고위원 1인이 2기 지도부로서 내년 총선을 지휘하게 된다. 다만, 오늘 당 대표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오는 12일 득표율 1·2위 후보가 맞붙어 당 대표를 최종 선출한다.

이번 전당대회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게 변화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투표율이다. 이번 전당대회 투표율은 ARS 투표가 마무리되지 않은 6일까지 53.1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준석 전 대표를 선출한 2021년 최종 투표율(45.36%)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렇게 높아진 투표율은 국민의힘에 쏠리는 당원들과 우파 시민들, 나아가 상식적인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반영한다. 이는 87체제 등장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던 좌파의 정치적인 고양기가 마무리되고 우파 정치의 상승세가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정치 초점이 좌파에서 우파로 이동하고 있다는, 거대한 지각변동을 알리는 신호다.

문제는 이렇게 객관적인 정세 변화에 부응하는 국민의힘 내부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전당대회 후보군을 봐도 시대적 과제를 통찰하는 정치적 어젠다를 제시하는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안철수 내치기에 이어 우파 정체성도 빈약한 천하람의 쇼맨십이었다. 당 차원의 어젠다는 실종됐다.

어젠다 실종과 리더십 부재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진단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우파 정당 내부에서 정치 메시지와 콘텐츠가 유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신 정치 이권이 유통되는 구조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정치 메시지 대신 정치 이권이 리더십을 만드는 정당은 당원과 유권자의 기대를 배신할 수밖에 없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또 하나 두드러진 변화는 100% 당원 투표로 리더십을 선출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빈집털이를 노리는 뜨내기들이 주인 노릇을 해왔다. 새 지도부는 책임당원이 당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변화에 착수해야 한다. 또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 정부의 성패를 결정한다. 투명한 공천 규칙을 정착시켜 혼란을 최소화하고 승리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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