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정부 초청에 따라 16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이번 방일로 12년 간 중단됐던 한일 양자의 정상 교류가 재개되어 양국 관계 개선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은 얼마 전 발표한 징용공 문제에 대한 대승적 결단에 따른 후속 조치다. 사실 여기에는 동북아 질서 강화를 통해 중국의 패권적 행태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구상이 작용하고 있다. 한미일 협력은 동북아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 프레임이었다. 여기에 일종의 덫처럼 잠복한 것이 한일관계 특히 과거사 문제였다.

이번 윤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 국제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내리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민주당과 징용공 소송 원고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최근 민주당이 일제히 내건 길거리 현수막도 이 이슈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을 이완용과 동일시하는 등 원초적인 반일감정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한일 양국 간에 역사적인 부채가 있었지만, 이제 이 문제로 양국관계가 발목 잡혀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정치·외교 및 경제적 상황이 과거의 비극에 대한 감정적 낭비를 용납하지 않을 만큼 엄중하다. 3월 10일까지 무역 적자 228억 달러를 기록, 지난해 연간 적자 478억 달러의 절반에 육박했다. 경상수지 역시 1월에만 45억 달러 적자로 월별로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외교와 안보 상황도 심각하다. 북한이 끊임없이 미사일을 쏘아대는 가운데 긴밀하게 공조해 대응해야 할 한미일 관계는 여전히 정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만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가장 반길 것은 북한과 그 후견인인 중국뿐이다.

문제의 출발이 된 징용공 판결은 국제법의 근거가 빈약한 사법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많다. 1965년 한일협정이나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비춰봐도 그렇다. 국가의 주권은 내부적인 동시에 국제적인 질서 속에서 위상이 확립된다.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소모적인 원한은 자기 자신을 파괴할 뿐이다. 이제 미래로 가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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