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2개월만에 코로나19 직전 수준에 이르게 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대출 안내 현수막. /연합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2개월만에 코로나19 직전 수준에 이르게 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대출 안내 현수막. /연합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2월 수준으로 복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가 1.50% 수준까지 인상돼도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고 밝혀 올해 기준금리가 최소 1.50%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에서는 1.75~2.00%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이는 무엇보다 가계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조만간 주택담보대출 금리 6%대, 신용대출 금리 5%대가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년간 저금리의 이점을 최대한 이용해 주택·주식·가상화폐 등 자산 투자에 나선 영끌족과 빚투족에게는 이자부담에 자산가격 하락까지 겹치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처음 인상했던 지난해 8월 26일부터 현재까지의 기준금리 인상분(0.75%포인트)에 따라 단순 계산한 가계의 총 이자부담 규모는 57조7000억원에서 67조3000억원으로 9조6000억원 늘어난다. 대출자 1인당 이자부담 증가분은 48만3000만원이다.

하지만 빚이 있는 가계가 체감하는 이자부담은 더 클 수 있다. 가계대출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곧장 반영되는 변동금리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9월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3.6%였지만 지난달 30일에는 82.3%로 치솟았다.

통상 기준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출 상품은 만기가 짧은 변동금리형 상품이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대표적이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권 자금조달비용지수인 코픽스(COFIX)를 따르고 있다. 은행들이 조달비용 증가분을 대출금리 인상으로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구조다.

지난해 11월 코픽스는 한 달 만에 0.26%포인트 올랐다. 이 같은 상승 폭은 지난 2010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치다. 금융권에서는 17일 발표되는 지난해 12월 코픽스도 상승 폭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과 11월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은 물론 여론의 압박으로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이는 대출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것이다. 지난 14일 기준금리 인상 효과는 다음달 발표되는 코픽스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8월 말 2.62~4.19%에서 현재 3.57~5.07%로 올랐다. 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1.09%포인트 올라 최고 금리가 5% 중반대에 진입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조만간 6%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신용대출 금리(신용 1등급 기준 3.44~4.73%)도 5%대에 진입하게 된다.대출자는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대응하겠지만 레버리지(차입 투자)로 얻은 자산가격 자체가 취득가격보다 낮아지면 자산 매각 도미노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179.9)는 한 달 새 0.79% 떨어졌다. 19개월 만의 하락이다. 코스피 지수도 지난 14일 현재 2921.92로 지난해 7월 6일 사상 최고치인 3305.21보다 11.6% 낮아진 상태다. 지난 15일 현재 5200만원대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의 8200만원대와 비교해 2개월 사이 37%나 추락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가계부채에 따른 소비 타격, 급격한 디레버리징(차입 상환 및 축소), 자산가격 조정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영끌족과 빚투족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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