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서 '한국형 확장억제' 도출…한미동맹, '글로벌 동맹'으로 개념 확장
한미일 3국 협력 심화 공감…'우크라 지원·대만해협 안정' 강조 러·中 견제
백악관 국빈만찬·美의회 연설·펜타곤 브리핑·NASA 방문·하버드 연설 주목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의 국빈 미국방문 일정을 마치고 29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워싱턴에서 3박4일, 보스턴에서 2박3일의 일정이었다.

12년 만의 국빈 방미에 나선 윤 대통령은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데 무게를 뒀다.

기존 안보와 경제뿐만이 아니라 사이버, 우주 분야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기존 동맹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도출했다.

워싱턴 선언으로 전략적 안보동맹으로서의 대북 확장억제가 획기적으로 강화됐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백악관 공식 국빈만찬,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센터 방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등 유의미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한미동맹 70주년'의 역사적 상징성을 담아낸 이례적인 일정들도 눈길을 끌었다.

한미정상 부부 동반으로 워싱턴 D.C.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함께 방문해 동맹의 의미를 되새겼고, 미 국방 청사(펜타곤)에서 미군 수뇌부로부터 직접 정세브리핑도 받았다.

보스턴으로 이동해서는 한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하버드대 연단에도 섰다.

◇ '한국형 확장억제' 워싱턴 선언 도출…尹 "나토 핵공유보다 더 실효성"

대통령실이 최대 성과로 꼽는 것은 단연 워싱턴 선언이다.

지난 26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의 문건으로 채택된 '워싱턴 선언'은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을 담았다.

차관보급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신설이 골자다. 한미 간 핵 관련 논의에 특화한 첫 고위급 상설 협의체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운용 중인 '핵기획그룹'(NPG)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인 한반도 전개 확대, 핵위기 상황에 대비한 도상 시뮬레이션 등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28일 보스턴 하버드대 대담에서 "나토 핵 공유하고 조금 다르긴 하지만, 실효성 면에서는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와의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며 "확장억제라는 개념이 하나의 선언에서 그치지를 않고 어느 특정 국가와 문서로서 정리된 가장 첫 번째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과거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상호방위조약에서 이제 핵이 포함된 한미상호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워싱턴 선언 내 핵 관련 부문에서 한미 간 '해석 차'도 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조치를 담은 워싱턴 선언 채택으로 한국 국민이 사실상 미국의 핵을 공유하게 된 것과 같은 안보 효과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이에 대해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설명하는데 이런 설명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매우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리가 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 동맹의 확장…尹 "미국과 함께 '자유의 나침반' 역할 하겠다"

한미동맹의 개념도 한층 다변화됐다.

한국전쟁 때 피로 맺어진 군사동맹을 넘어 첨단기술동맹, 경제안보동맹, 사이버안보동맹 등으로 양국 간 협력의 범위를 대폭 넓혔다.

대통령실은 "확장억제, 경제안보, 첨단기술, 인적교류, 지역·글로벌 협력 등 5대 핵심 분야에서 다각적 동맹 관계를 강화했다"고 자평했다.

동맹의 무대를 '글로벌'로 넓힌 점도 주목된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대북 문제를 넘어 기후 위기 대응,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 디지털 분야 연구·개발 등에 있어 긴밀히 공조하기로 하면서다.

두 정상이 한미일 3국 협력의 심화를 지지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안보·인도적·경제적 지원 제공을 언급하고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강조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도 새로운 한미동맹을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70여 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맺어진 한미동맹은 이제 세계와 자유의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다"며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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