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
김인희

법원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시행을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리자 자영업자들도 ‘드디어 때가 왔다’며 집단행동을 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은 생존권을 포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전의 판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법부이기에 자영업자들이 일반 식당에도 방역패스 시행을 중단하고 더 나아가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하라고 요구한다면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법원이 방역패스 시행 중단 결정을 내린 가장 중요한 근거는 방역패스 시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감염차단 효과가 방역패스로 인해 희생되는 자유보다 더 우월하지는 않다는 판단이었다. 정부 당국이 방역패스 시행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해내지 못해기 때문이다.

사실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방역대책은 과학적이라고 하기엔 허술했다. 출퇴근 시간마다 사람이 빼곡히 들어찬 버스와 지하철에서는 감염되지 않고,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쇼핑을 하는 백화점과 마트에서는 감염될 수 있다는 주장이 어떻게 과학적일 수 있겠는가.

차라리 버스와 지하철을 탑승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백신접종여부를 확인한다는 자체가 비현실적이니 백신접종여부 확인이 가능한 곳에서만 방역패스를 시행한다고 설명했으면 그나마 좀 나았을 것이다.

식당의 영업시간을 밤 9시까지로 제한하는 것도 그리 과학적이진 않다. 식당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밤 8시 59분까지는 감염력이 없고 밤 9시부터 갑자기 감염력이 활성화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밤 늦은 시간까지 식당에서 모임을 갖다 보면 테이블에 술병이 차곡차곡 쌓일 것이고 취기가 오를 것이다. 특히나 ‘주량이 곧 도량’으로 술에 관대한 우리 문화에서는 과음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 대화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침방울도 튀길 것이다. 자신의 얼굴을 만진 손으로 무심코 타인의 손을 잡는 일도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른 낮에도, 술이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기본적으로는 개인의 습관이 좌우하는 문제인 것이다. 방역을 핑계로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기보다는 국민들에게 개인 위생수칙 습관을 교육하고 이를 철저히 지키라고 홍보하는 것이 더욱 현명하고 과학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비과학적인 ‘방패’가 등장함으로 인해 그것을 뚫으려는 ‘창’도 등장했다. 야간 영업시간 제한으로 밤 9시에 문을 닫아야 하는 식당에서는 요즘 입구에 ‘낮술환영’이라고 써붙여 놓은 곳이 적지 않다.

원래도 낮에 술을 판매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아예 업주들이 적극적으로 낮술을 권장하는 상황까지 도달한 것이다. 식당 매출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주류 판매이기에, 저녁에 부족한 매출을 낮시간에나마 만회하기 위한 자영업자들의 몸부림이다.

정부의 비과학적인 방역 정책에 맞서 그나마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생존의 길을 찾으려는 자영업자의 영업방법이 오히려 과학적으로 보일 지경이다.

밤 9시가 되면 식당 영업이 종료되기에 오히려 그 시간에 사람들이 버스와 지하철로 더 몰리는 기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해 버스와 지하철혼잡도가 높아지는 부작용은 감안하지 않은 비과학적 결정이 낳은 풍경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방역패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항소한다고 한다. 정부에 묻고 싶다. "정부가 시행하려 하는 방역패스는 국민을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정부가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 고집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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