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누구에게나 칭찬받는 건 즐겁다. 더욱이 전문가가 해주는 칭찬은 자존감을 심어준다. 40년째 한국에 사는 제프리 존스(68)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장의 발언이 그렇다.

그는 예전의 책 <나는 한국이 두렵다>에서 뜻밖의 질문을 했다. "20~30년 뒤인 2025년을 전후해 미국이 심각한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그때 누가 어떤 방법으로 미국에 도전할 것인가?" 그의 자문자답이 이랬다. "강력한 후보는 대한민국이다." 추세로 보아 한국은 그때도 지금도 인터넷 세상의 선두주자이겠고, 그땐 남북통일을 이룬 상태일 수도 있다. 제조업으로 무장한 채 중국과 손을 잡으면 미국을 궁지에 몰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크게 봐서 틀린 예측은 아니다.

뜸했던 그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자신의 속생각을 마저 전했다. "나는 아직도 한국이 두렵다. 두 가지 이유다. 높은 교육 수준을 갖춘 우리나라(한국을 지칭) 국민은 열정적이다. 다른 나라들이 아무리 해도 우릴 따라잡지 못한다. 또 위기 때마다 더 모범적으로 그걸 잘 이겨낸다. IMF 경제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번 코로나19 위기도 그랬다. 한국, 무섭다."

어쨌거나 그런 말을 처음 읽었던 23년 전엔 "뭐 덕담 아냐?" 싶었다. 지금 되읽으니 현실감이 더 난다. 사실, 이후 노무현-문재인 좌파 정권의 혹독한 계절을 견뎌낸 것만 해도 어딘가? 소득도 적지 아니 늘었다. 2000년 당시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3만 9172달러)의 3분의 1(1만2263달러)이었지만, 지금은 어슷비슷하다. 올해 역전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요즘 빈번한 G8 가입 얘기 때문에 제프리 존스의 예측이 새삼 떠오른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문제, 한미동맹 외에 우리가 G8 국가가 되는 걸 목표로 삼았다.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걱정도 된다. 외환위기 전 우리가 OECD 가입을 너무 서둔 나머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던가. 그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G8 국가가 된다면 험한 국제질서에서 우리만의 색깔·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고 묻는 이도 있다. 하지만 최선진국 그룹 가입은 그 자체로 의미있다. 단군 이래의 국가적 성취를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국민 자존감을 높이고 주사파 척결, 통일문제 등 국내문제 해결에도 좋은 건 물론이다. 기왕 가입하려면 정교하게 움직여 끝내 성공할 것을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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