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영
정구영

G7(Group of 7)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선진 7개국의 협의체다. 지난 1973년 제1차 석유파동이 계기가 돼 미국·일본·독일(舊 서독)·영국·프랑스 5개국으로 출범했다.

1975년에는 이탈리아, 이듬해인 1976년에는 캐나다가 합류했다. 1999년 러시아가 추가되면서 한때 G8이 됐지만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 합병으로 퇴출되면서 G7으로 복귀했다.

G7은 산업구조가 고도로 발달한 경제대국이고, 3개국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일 만큼 군사적으로도 강하다. 하지만 이는 구질서다. 7개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G7 스스로가 시인하고, 꾸준하게 외연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방증이다.

기존 회원국의 면면과 비교할 때 G7이 확장돼 G9이 된다면 0순위 국가는 한국과 호주다. 범위를 G8으로 하면 우리나라와 호주가 경쟁할 공산이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전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7222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위인 1.64%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호주의 1조7078억 달러를 제치고 9위에서 한 단계 올라서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와 호주는 경제력 8위를 놓고 경합해왔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G8 수준으로 올라선 뒤 이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국내 투자액, 총교역량 부문에서 이미 G7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2661달러로 이탈리아의 3만4113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5년간 국내 평균 투자액은 7369억 달러로 이탈리아는 물론 캐나다보다 많다.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총교역량 역시 최근 5년간 평균 1조1681억 달러에 달해 9000억~1조 달러의 이탈리아와 캐나다보다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신력 있는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측정한 올해 우리나라 군사력은 세계 6위로 최상위권이다. 우리나라는 경제대국이자 군사대국으로 실질적 G8과 다름없는 셈이다.

G7 회원국은 북미와 유럽에 치중돼 있다. 아시아에는 일본 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G8 가입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호주의 손을 들어주는 근거로 영어권 5개국이 참여하는 기밀정보 동맹체 파이브 아이즈를 거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혈맹(血盟)이다.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한 나라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광폭 외교를 펼쳤다. 국민의힘 대변인이 "대한민국은 심리적 G8 국가 반열에 올랐다"는 논평을 낸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말꼬리 잡기에 여념이 없다. ‘심리적 G8’이란 워딩이 타깃이다.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은 타국에서 공감할 수 있는지 미지수며, 우리나라에 이익도 없다고 말했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났을 때 이를 잘 수습하고 평화통일을 하려면 중국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미국·일본과의 협력을 지나친 경도(傾倒)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성과를 깎아내리고 싶은 심정은 알 만하다. 하지만 심리적 G8이라는 표현을 정신승리로 매도하고, 한미일 협력을 노골적으로 경원하는 것에서 보듯 이 사람들은 앙시앙 레짐에 갇힌 좌파 신도(信徒)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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