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
도명학

대통령이 최근 보훈이 곧 안보라고 했다. 맞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말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군 가산점제도와 관련한 열띤 토론을 보았다.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는데, 나름대로 다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군 가산점을 두고 성차별이라는 의견이 있는가하면, 그렇다면 여자도 다 군대에 가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맞섰다.

필자가 보기에는 논점을 잘못 선정한 논쟁이었다. 아니 논쟁이 아니라 언쟁이었다. 좀 더 진하게 표현하면 군가산점 문제가 아니라 성차별 문제, 양성평등 문제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북한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가산점이라는 용어는 없지만 제대군인에 대한 사회적 우대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성차별 문제와 연결되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남자가 국방의 의무를 지고 군 복무하는 것도 당연하고, 복무기간이 끝나 대학에 보내주거나 좋은 직장에 배치해도 당연하게 여겼다. 그걸 성차별 문제로 연결해 논쟁한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란 소릴 들었을 것이다. 아니 정치범수용소에 안 가면 다행이다.

여성에겐 의무가 아니지만 군 복무를 자원하는 여성도 꽤 많았다. 군에 갔다 오면 당원도 되고 대학도 가고 간부로 승진하기 유리하고, 이러저러한 부가가치가 있어서다. 그렇다고 자원한다고 다 보내주나. 아니다, 소수의 인원만 뽑혀간다.

북한에는 군 가산점제도라는 말은 없어도 군 복무자에 대한 평가는 있다. 제대 군인 전체에 주는 점수는 없지만, 공을 세우거나 모범적이고 일 잘하면 쉽게 출세요, 운 나쁘면 탄광 막바지 인생이다. 그 평가는 제대 후가 아니라 군 복무 기간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동창생은 중고등학교 시절 성적은 별로였지만 군복무 4년 만에 공을 세워 당원이 되고 김일성종합대학에 갔다. 30대 초 젊은 나이에 지방 당 조직지도부에서 인사권까지 행사했다. 반면 그 힘든 특수부대에 복무하고도 광산에 집단 배치받고 울분을 토하던 판이한 처지의 동창생도 있었다. 참 운수 나쁜 친구였다.

아무튼 각설하고 하고 싶은 말은, 한국 사회가 군 가산점 제도 혹은 군필자우대 문제를 성차별과 연결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건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지 성차별이 왜 거기서 나오는가. 다행히 고무적인 건 여성의 80%도 군가산점제도에 긍정적이라니, 굳이 공주병에 걸린 소수의 페미니스트와 마주 앉아 입씨름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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