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가와 연쇄회담 가져...노르웨이 "공식 인정 아냐"

인도적 지원 논의차 노르웨이에 초청된 탈레반 대표단.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 대표단이 2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인근 가르데르모엔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탈레반이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장악한 이래 서방 국가를 공식 방문하는 것은 이게 처음이다. /가르데르모엔 AFP/NTB=연합
탈레반 최루액 맞는 아프간 여성 시위대. 지난 16일(현재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여성 시위대가 여성 인권을 촉구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아프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은 이날 ‘여성의 인권’, ‘자유, 교육·취업 권리’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 최루액을 맞은 일부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AFP=연합
탈레반 최루액 맞는 아프간 여성 시위대. 지난 16일(현재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여성 시위대가 여성 인권을 촉구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아프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은 이날 ‘여성의 인권’, ‘자유, 교육·취업 권리’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 최루액을 맞은 일부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AFP=연합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처음으로 서방 국가를 공식 방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를 고수하는 탈레반은 자신들이 ‘아프간 정부’로 공식 인정받는 절차라고 주장한다. AFP통신은 탈레반이 23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호텔에서 아프간 여성 운동가·언론인 등과 만나 인권과 인도주의적 지원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프랑스·영국, 25일 노르웨이 등 서구권 국가와 연쇄 회담을 가진다. 탈레반으로선 미국 등에 동결된 자국 자산 100억 달러(약 11조9000억 원)에 대한 해제 요청이 중요한 과제였다.

서방세계는 탈레반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의 소수 민족 및 종교 단체 등을 공유할 것, 아프가니스탄의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권리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 등의 기존 요구를 반복했다. 이날 일정을 마친 탈레반 대표단 관계자가 AP통신에 "아프간 정부로서 공식 인정받는 절차"라고 강조하자, 탈레반을 초청한 노르웨이 정부는 이번 회담과 탈레반의 합법 인정은 별개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한 나라는 아직 없다.

아미르 칸 무타키 외무부 장관 직무대행이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엔 가장 폭력적인 분파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자 아나스 하카니가 합류한 상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노르웨이는 2001년부터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작년 8월까지 아프간 전쟁에 관여해왔다. 이날 노르웨이 외무부 밖에선 200여 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며 탈레반과의 공식 회담을 추진한 정부를 비판했다.

유엔에 따르면 최대 100만 명의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이 굶주림에 처해 있고, 3800만 명 아프가니스탄 인구 대부분 빈곤 이하의 삶을 산다. 작년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철수는 바이든 정부의 외교 실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로 꼽힌다. 미군의 철수 과정에서 카불 공항 자살폭탄테러로 13명의 미군이 희생됐다. 그 외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은 아프간인들은 최소 169명이었다. 트럼프 정부 시절 세를 잃었던 탈레반이 미군 철수 이후 다시 기세를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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