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조
오광조

‘연가시’라는 영화가 있다. 사람의 뇌를 조종해 익사시키는 변종 연가시가 한국을 초토화시킨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좀 과장됐지만, 자연계에는 뇌로 침범해서 숙주를 조종하는 기생체가 여럿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에는 개미를 조종하는 기생충이 나온다. 소나 양 등의 담도에 최종 기생하는 창형흡충의 유충은 중간 숙주인 개미를 좀비로 만든다. 소나 양의 배설물에 섞여 배설된 창형흡충의 알은 달팽이 등에 먹힌 뒤 부화해서 유충 상태로 땅으로 나온다. 이 유충을 개미가 먹으면 이상행동을 하게 된다. 개미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풀의 맨위에서 초식동물에게 풀과 함께 먹히기를 반복해서 기다린다. 그렇게 기생충은 최종숙주 내로 들어간다. 자기보다 몇 배 큰 바퀴벌레를 좀비로 만들어 새끼의 부화 장소로 만드는 말벌도 있다.

다른 방법으로 숙주에 영향을 주는 기생충도 있다. 구약에 나오는 불뱀이라 생각되는 가늘고 긴 메디나충은 몇 천 년 동안 아프리카·아시아에서 수많은 사람을 감염시켰다. 메디나충의 유충을 지닌 물벼룩에 오염된 물을 마시면, 몸속으로 들어간 기생충이 성장해서 짝짓기를 한다. 산란기가 되면 밖으로 나가려고 발의 피부에 수포를 만든다. 수포는 뜨겁고 통증이 극심해 물에 담가야 통증이 가라앉는다. 이때 메디나충이 물로 들어가서 번식을 지속한다.

톡소플라스마는 뇌를 감염시켜 숙주에 영향을 주는 기생충이다.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아 고양이에게 쉽게 잡아 먹힌다. 사람은 고양이의 배설물, 정원 가꾸기, 덜 익힌 고기 섭취 등을 통해 감염된다. 지구상에 20억 명 정도가 감염됐다고 추정된다. 감염 증상은 잘나타나지 않지만, 심하면 유산을 유발하고 면역기능 떨어진 환자는 목숨이 위태롭다. 톡소플라스마는 GABA 활성화 신호를 바꿔 뇌전증 발병률을 증가시킨다. 감염된 사람은 교통사고, 자살, 과도한 음주 사례가 많다는 연구가 있다.

그렇다고 톡소플라스마 때문에 고양이와 헤어질 필요는 없다. 고양이가 톡소플라스마를 감염시킬 수 있는 때는 일생 중 한 번 아주 짧은 기간이고 집안을 청결하게 유지하면 감염 확률은 낮아진다. 모든 고양이가 감염되는 것은 아니고,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잘 감염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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