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급 인사와 관련 "목숨 걸고 혁명해야" 당부
일부 부처 1급 전원 사표...대규모 내부인사 예고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헌법수호 위한 드라이브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열린 '서해선 대곡-소사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열린 '서해선 대곡-소사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

"대통령 아닌 헌법에 충성하라. 목숨 걸고 혁명하겠다고 생각해야 풀뿌리 이권카르텔을 뽑아낼 수 있다." 지난 6월 28일 차관 인사가 난 대통령실 비서관들과 만찬을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부한 말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2명의 장관급 인사와 13명의 차관 인사를 발표한 윤 대통령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다. ‘국정 기조에 부응하지 못하면, 장관직도 내려놓을 각오를 해야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발탁된 인사의 면면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인사와 강성기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좌파 운동권 출신이었지만, 우파로 넘어온 대북강경파에 속한다. 미국통인 문승현 주 태국대사를 통일부 차관으로,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엔 북한 인권문제를 연구한 김수경 한신대 교수를 임명한 것도 같은 의미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강력히 반발하자, 대통령실은 "통일부는 북한지원부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국민권익위원장에 내정된 김홍일 전 검사장은 특수부에서 윤 대통령의 사수역할을 했던 만큼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가 정체성 정립, ‘헌법 수호’ 의지는 김규현 국정원장을 유임시킨 데서도 확인된다. 일부 친문재인 정권의 인사들이 투서와 언론플레이로 ‘인사전횡’ 프레임을 씌워 국정원 인사문제를 밖으로 알린 데 크게 분노했다는 소식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 차관 인사를 통해 다잡고자 하는 것은 국가 정체성 확립과 헌법 수호 의지만이 아니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혁파하고, 국정 운영의 성과를 내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그것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체득하고 있는 비서관들을 차관으로 전진 배치한 이유다.

윤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1·2차관에는 김오진 관리비서관과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 환경부는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 해양수산부는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을 차관으로 임명했다. 신임 차관 중 절반을 ‘윤심(尹心) 비서진’으로 채운 것이다.

윤 대통령은 신임 차관들과의 면담에서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싸워 달라"고 수차례 당부했다. 특히 수능 킬러 문항, 언론 신뢰도 조작, 전세 사기, 노조 불법 근절,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와 태양광 사업,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 국가연구개발(R&D) 사업 배분 등 이권 카르텔 의혹을 사고 있는 부서에 비서관들을 집중, 투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차관 인사를 통해 부처 전반에 일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차관을 교체한다는 것은, 국정 기조에 복무하지 않거나 또 한 번 더 실수하면 다음 차례는 장관이라는 무거운 경고"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국가 정체성 확립’과 ‘헌법 수호’ 의지가 분명해지면서 일부 부처에서 후속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국가보훈부(장관 박민식)에서는 불량 국가유공자를 가려내겠다며, 김원웅·손혜원 전 의원 부친의 국가유공자 자격을 재평가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부 부처에서는 1급 공무원 전원에게 사표를 받고 인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국정개혁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김원재 국가정상화개혁시민연대 운영위원은 2일 "대한민국은 위가 썩은 것이 아니라 뿌리가 썩었다"며 "이번에 MBC 신뢰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언론재단’은 물론 문체부 산하의 한국예술인협회, 방통위 산하의 시청자미디어재단, 중소벤처부 산하의 중소기업유통센터 등 중앙부처 산하기관 등이 대부분 썩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산하의 지하철, 공원관리공단과 한강사업소 등 지자체 공무원과 브로커가 얽힌 좌파의 풀뿌리 이권 카르텔도 얼마나 뿌리 깊은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말처럼 ‘목숨을 걸고 혁명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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