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
김인희

무더운 여름이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조금만 밖에서 활동해도 땀이 줄줄 흐르고 거기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야외활동에도 제약이 많아졌다. 그래도 여름이 마냥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겨울과 봄 내내 우리나라를 뿌옇게 뒤덮었던 미세먼지가 사라지면서 숨을 쉬기는 한결 편해졌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경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으며, 중유를 사용하는 선박과 대형 건설기계들도 각 산업현장에서 가동되고 있다. 그뿐인가. 한때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억울하게 몰렸던 고등어구이와 돼지갈비도 여전히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배출환경은 1년 내내 거의 변화가 없다. 그럼에도 계절에 따라 미세먼지가 달라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고 미세먼지 철의 위성사진으로 보면 더욱 명백하게 드러나듯이 우리나라로 흘러들어오는 미세먼지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오는 것이다. 여름이 지나고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되면 미세먼지는 다시 우리의 하늘을 덮칠 것이다. 또다시 호흡기 질환이 급증할 것이고 미세먼지에 섞인 중금속들은 우리의 숨결에 섞여들어와 폐 속을 파고들 것이다.

이처럼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명백하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를 반대하면서 국민 건강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같은 논리라면 야당은 중국 측에도 미세먼지 배출을 중단하라고 촉구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현장까지 방문하면서 처리수 방류를 저지하려는 야당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해 화력발전소와 공장의 미세먼지 배출 실태를 조사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국민 건강과 관련된 문제인데 일본과 중국을 왜 차별하는가. 문재인 정부에서 말했듯이 중국은 대국이고 한국은 소국이라서 중국에게는 차마 따질 엄두가 안나는 것인가. 민주당에게는 중국에게 굽신거리고 일본에게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당의 기본 강령인 것이가.

국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정치인들이 단지 현 정권을 공격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친중반일 노선을 택한 것이라면 그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중국의 하수인이며 중국에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다. 게다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공식 보고서를 냈지만, 야당은 이 보고서가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만들어진 보고서라며 그 신빙성을 부정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는 기구의 과학적 연구결과를 부정하고 막연한 괴담으로 국민들을 선동하려는 자들은 우리나라의 국민 수준을 떨어뜨리려는 반국가세력이라 불러야 함이 마땅하다.

전직 대통령은 이런 논리를 냉전적 사고방식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냉전시대에 살아가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타국에 피해를 입혀가면서까지 자국의 이익을 취하겠다는 중국같은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냉전은 끝나지 않는다. 서로에게 무기를 겨누는 것만이 냉전이 아니다. 지금은 경제력과 외교력으로 다른 나라에 위협을 가하는 ()냉전의 시대다. 신 냉전의 시대에는 더 강한 경제력, 더 많은 우방국, 더 높은 과학수준이 필요하다.

명백한 과학을 무시하고 근거없는 괴담으로 국민을 선동하는 것은 신 냉전의 시대에 우리나라를 스스로 패배의 수렁에 몰아넣는 자멸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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