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꼬리를 내린 것인가? 뭔가가 변하긴 변했다는 관측이 요즘 힘을 얻고 있다. 때문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으로 악화됐던 양국 갈등이 봉합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 그 전인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 상하원 연설에도 불만을 제기한 바 있고, 양국 사이엔 쌓인 게 꽤 많았다. 그렇게 불편했던 한중관계가 정말 개선될까?

긍정적인 징후는 6월 27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서 나타났다. "중국은 한국과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킨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 없다"는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의 전날 발언을 제목으로 척 뽑은 것이다. 긴가민가하던 차에 후속 메시지를 보낸 것은 왕이 전 외교부장이다. 왕이, 그는 요즘 중국외교의 사령탑(부총리급)에 앉아 있다. 권력서열은 더 높아졌다.

그런 그가 3일 "비바람 뒤에 햇빛이 든다"며 한국과 일본에 훈훈한 시그널을 새삼 보내온 것이다. 한중일 외교관들 앞에서 했던 연설인지라 오해의 소지가 없다. 실제로 한중일 3국은 연말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분위기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없지 않다. 이런 화해의 시그널 한두 개로 싱하이밍 문제 봉합이 가능할까 하는 대목이다.

오죽했으면 한 달 전 윤석열 대통령이 "싱하이밍은 스물 몇 살 때 (청나라) 위안스카이와 비슷하다"고 언급했을까? 그게 대다수 한국인의 분노였다는 걸 중국은 아는가? 문제 있는 싱하이밍을 두고 요즘 중국은 숫제 언급조차 않는다. 인민일보도, 왕이도 뜨거운 감자 피하듯 언급 자체를 않는다. 당연히 그의 언행에 대한 사과를 한 바가 없고, 재발 방지 약속도 없다.

저들은 지금 어물쩡 넘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싱하이밍의 본국 소환이나 교체 등도 없을 것이다. 이런 엉거주춤한 상황에서 섣부른 화해를 말하는 건 어쩌면 기만이다. 오늘 다시 묻자. 현대중국이 왜 문제인가? 그들은 21세기의 보편국가로서 국제규범과 관례를 존중할 줄 모른다.

예전 주석 시진핑이 미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며 "역사적으로 한국은 오랫동안 중국의 일부였다"는 식의 망언이야말로 저들이 대한민국에 품고 있는 속내다. 20세기 중국문명권과 결별하면서 이뤄낸 우리의 위대한 성취를 도무지 인정 못하는 것이다. 지금 한중관계는 갈림길에 있다. 윤석열 정부의 보다 침착한 대응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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