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4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4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최근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수출마저 급감하면서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5%대의 하락률을 보이며 7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0%까지 떨어져 ‘마이너스’ 문턱에 와 있다. PPI와 CPI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거나 변화가 없다는 것은 경제활동 재개, 즉 리오프닝 이후에도 중국의 경기회복이 사실상 ‘실종’됐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 경제를 지탱해왔던 수출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로 인해 15년 만에 미국의 최대 수입국 자리도 내주게 됐다. 미중 디커플링 여파로 국제무역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증시와 외환시장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반(反)간첩법 개정으로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크게 줄어들고,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최악의 청년실업난까지 불거지면서 장기 디플레이션을 넘어 시진핑(習近平) 체제에 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6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6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 5.4% 하락했다. 이는 전월의 -4.6%는 물론 시장 전망치 -5.0%를 밑도는 것으로 지난 2015년 12월의 -5.9% 이후 90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중국의 PPI는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지속하고 있고, 낙폭 역시 6개월 연속 커지고 있다.

PPI는 일종의 도매물가다. 이에 따라 PPI가 낮아지면 향후 시차를 두고 CPI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지난달 CPI 상승률은 0%로 전월의 0.2%와 시장 전망치 0.1%를 밑돌았다. 이는 2021년 2월의 -0.2% 이후 28개월 만의 최저치다. 미국 등 주요국이 인플레이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물가 하락 속의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6월 수출액은 2853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2.4% 감소했다. 이는 전월의 -7.5%와 시장 예상치 -9.5%를 하회하는 것으로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2월의 -17.2%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특히 지난 1~5월 미국의 대중국 수입액은 169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 급감했다. 미국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포인트 줄어든 13.4%로 1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미국의 수입국 1위 자리를 멕시코에 내줬고, 캐나다에도 밀리면서 3위로 추락했다.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은 부동산시장 침체와 과잉부채라는 구조적 취약점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는 지난 4월 기준 37조 위안(약 6640조원)으로 4년 만에 60% 늘어 경기부양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더구나 올해 상반기 발행한 신규 채권 가운데 37%가 기존 부채 상환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은 증시와 외환시장 난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상해종합지수는 연초 이후 3.7% 오른 3203.70을 기록, 각국의 주요 지수 가운데 홀로 상승률이 한자릿수를 기록했다. 한국 코스피 12.7%, 미국 나스닥 30.8%, 유로 스톡스50 12.2%, 대만 가권지수 17.8% 상승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달 위안화 가치도 달러당 7.23위안까지 떨어져 지난해 15년 만의 최저 수준인 7.3위안에 근접한 상태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1분기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2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0%나 줄었다. 이는 간단한 시장조사도 간첩 행위로 간주하는 개정 반간첩법으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4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서 유출되는 자금이 유입 자금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중국의 16∼24세 청년실업률은 20.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여름 사상 최대 규모인 1158만명의 신규 대졸자가 배출되면 중국의 청년실업난은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다. 이는 경제적 문제를 넘어 정치적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시진핑 체제에 대한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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