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영
정구영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말은 2500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서 나왔다. 오나라 왕 부차(夫差)와 월나라 왕 구천(句踐)이 서로에게 복수(復讐)를 하기 위해 땔감나무인 섶에서 자고, 쓸개를 씹으면서 고통을 참았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중국인의 뼛속 깊숙이 새겨진 복수 DNA를 엿볼 수 있다.

중국의 복수문화는 공자(孔子)의 사상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어떤 사람이 "은혜로서 원한을 갚으라"는 노자(老子) 사상에 대해 묻자 공자는 "원한에는 직(直)으로, 은덕에는 은덕으로 갚으라"고 말한다. 이는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복수해야 또 다른 복수를 불러오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다시 말해 원한은 용서의 대상이 아닌 보복의 영역에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인 사이에서 "장부(丈夫)의 복수는 10년이라도 늦지 않다"는 말이 회자되고, 수많은 콘텐츠의 단골메뉴가 복수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전랑(戰狼)이라는 액션 영화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이 영화는 별반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7년 나온 속편은 관람객 1억5000만명을 동원하는 대박을 쳤다. 물론 중국 내 흥행 역대 1위 영화가 됐다.

전랑은 ‘늑대 전사’를 의미한다. 전편은 인민무장경찰부대 출신의 주인공이 미국 네이버실 출신의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속편은 유엔(UN)이 포기하고, 미군도 철수한 아프리카에서 납치범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포스터 문구는 ‘중국을 범하는 자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반드시 멸한다’는 것이다.

전랑외교는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중국 외교관들이 상대국을 향해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며 공격적인 외교를 펼친다는 뜻이다. 전랑외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내세운 중국몽(中國夢), 대국굴기(大國굴起)와 맞물리며 중국 외교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중국은 필리핀, 인도차이나반도, 보르네오 섬으로 둘러싸인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놓고 주변국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남중국해에 존재하는 해양 지형물은 대부분 암초 또는 산호초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는 해양 면적을 훨씬 초월한다. 실제 남중국해에는 110억 배럴의 원유와 190조㎥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말라카 해협, 싱가포르 해협, 대만해협과 연계돼 있는 남중국해는 전 세계 해양물류의 25%와 원유 수송량의 70% 이상이 지나가는 전략적 관문이다. 남중국해의 배타적 경제권을 주장하는 중국에 대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항공모함 등을 동원한 무력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랑외교를 경험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우리 정부가 경북 성주군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를 배치하겠다고 선언하자 한류 금지령인 한한령(限韓令)을 내렸다. 한국산 콘텐츠는 물론 한국 연예인이 출연한 광고의 송출도 금지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 아주국의 천하이(陳海) 부국장은 우리 재계 인사들을 만나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느냐"며 "너희 정부가 사드 배치를 하면 단교 수준으로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한국 외교사 최악의 수치로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도 전랑외교 전사다. 그에게 머리를 조아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티베트 인권탄압 논란을 불러일으킨 도종환 의원 등 방중단은 중국을 ‘뒷배’ 삼아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 정치적 속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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