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EPA=연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EPA=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5~26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금리 상단을 5.50%로 만들 가능성을 99.8%로 보고 있다. 미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0%가 된다. 이는 지난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지막일지 여부로 옮겨가고 있는 분위기다. 매파적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는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2%로 둔화시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는 상당 부분 불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목표치 2% 달성 여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2% 목표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도 2025년까지는 도달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미 연준이 어느 정도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따라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의 7월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업 이코노미스트 10명 중 7명 이상인 71%는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 가능성을 50% 이하로 내다봤다. 직전 4월 설문조사에서 경기침체 여부를 두고 응답자들의 답변이 반반씩 팽팽하게 나뉘었던 것과 비교하면 경기전망이 대폭 개선된 것이다.

당초 경기침체 시나리오를 제시했던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에게서도 변화의 흐름이 읽히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경기침체 시그널로 평가되는 장단기 국채금리의 역전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해온 도이체방크는 최근 투자 메모를 통해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역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에서 올들어 지난 6월 3.0%로 떨어졌다. 이는 2021년 3월의 2.6% 이후 2년 3개월 만의 최저치다. 미 연준이 주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가격지수 상승률도 지난 5월 3.8%로 내려왔다.

하지만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4.6% 올라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 2%에 도달하기까지의 마지막 구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되려면 미 연준이 3%의 물가상승률을 감내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저명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로이터는 물가 상승 압력이 진정 중인 만큼 추가 통화긴축은 경제에 불필요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견해와 물가 상승 둔화를 의미하는 디스인플레이션의 지속을 위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경제고문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 위해 경제를 쥐어짜기보다는 3%를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녹색경제 이행에 따른 여파 등을 고려할 때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3%로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애덤 포즌 소장도 "인플레이션을 9.1%에서 3.0%로 낮췄다면 목표치를 2% 대신 3%로 한다고 해서 신뢰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목표치 상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3% 위로 잡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다음 경제 사이클에서 더 큰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견해 차이에도 다음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상단이 5.50%에 머물 것으로 보는 FFR 선물시장 전망은 9월 84.9%, 11월 70.8%, 12월 65.3%다. 시장에서는 이달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지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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