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의 해프닝은 우리 사회의 병든 단면을 보여준다. 아내가 남편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고, 원내 1당 국회의원들이 검찰청을 찾아가 협박한다. 야당 지지자들은 이화영에게 편지와 영치금을 보내며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 이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는지 눈을 의심할 지경이다.

이 부지사는 2019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대가를 쌍방울이 대신 내주기로 했다는 것을 이재명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 진술이 인정되면 이재명은 뇌물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대북송금의 최종 책임자가 이재명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이화영 개인의 형은 가벼워진다. 이화영의 아내라면 당연히 이 진술을 유지하도록 남편에게 권유하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화영의 아내 A씨는 남편의 진술 번복이 변호사 때문이라며 변호인단 해임신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변호인단 해임은 자신의 뜻이 아니라고 밝힌 이화영에게 "정신 차려라"라고 소리쳤다. A씨는 "이게 이화영 재판인가 이재명 재판인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면 남편보다 이재명을 더 걱정하는 것 같다. "당신은 이화영의 아내인가 이재명의 아내인가"라고 반문할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이화영과 A씨는 학생운동 동지 관계였다고 한다. 그 대학의 학생운동권은 극렬 좌경 성향으로 유명했다. 좌경 이념은 정치적 관계를 가족 관계보다 우선시한다. 이화영 재판의 엽기적인 풍경은 극렬 학생운동 출신들의 패륜적 이념 성향이 몇십 년이 지나도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아닌가.

민주당은 이화영이 검찰 회유로 진술을 번복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화영은 작년 9월 구속된 뒤 가족·지인과 50회 이상 면회했고, 국회의원들과도 7차례 특별 면회를 했다. 변호인 접견만도 180여 회에 이른다. 이런 조건에서 검찰의 회유·조작이 과연 가능한가. ‘권력을 악용한 최악의 사법 방해이자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라는 한동훈 법무장관의 말이 진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변할수록 본질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민주당은 1년 넘게 이재명의 방탄을 위해 변신을 거듭했다. 그럴수록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등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적대시하는 이 정당의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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