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관재(官災)라는 사실을 정부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당국은 임시 제방 부실 공사를 방치했고, 참사 당일 사전에 23회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대응에 소홀했다. 정부는 경찰·소방·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민간인 등 총 36명을 수사 의뢰하고 63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직접적인 지휘 책임이 있는 5개 기관 책임자들은 인사조치할 예정이다.

사고 당일 궁평 차도 인근 미호천교 아래의 임시 제방이 붕괴된 것이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이다. 관할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시공회사와 감리회사가 기존 미호천교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규격 미달의 임시 제방을 설치하는 데도 이를 감독하지 못했다. 임시 제방만 제대로 쌓았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피해를 크게 줄였을 것이다.

사고 전날 호우경보가 발령되고 홍수경보가 내렸지만, 충북도나 청주시는 지하차도를 모니터하거나 교통을 통제하지 않았다. 충북경찰청은 사고 발생 전 ‘궁평 지하차도 긴급 통제’를 요청하는 신고를 받았지만 경찰들이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문제가 커지자 제대로 출동한 것처럼 신고 시스템을 조작했다. 충북소방본부는 임시제방이 위험하다는 신고를 받았으나 "인력이 없다. 구청 같은 데 전화해 보라"며 다른 기관에 알리지 않았다. 관계 기관 중 한 곳이라도 책임을 다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사고에 대한 정부의 수사 의뢰나 징계는 수해 문책으로는 예외적일 만큼 수위가 높다.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경찰의 경우 자신들에 대한 조사에 반발하는 움직임까지 있었다니 일선 행정기관의 기율 해이가 이제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대응은 방향을 잘 잡았다고 봐야 한다.

어느 나라나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핵심 집단이 있다. 양원제 국가에서 상원이 그런 집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실적으로 공무원 집단이 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문재인이 공무원들의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계획적으로 무너뜨린 이후, 상당수 공무원 조직은 집단 이기심을 위해 움직이는 이익단체화했다. 이번 수해는 그런 문제의 일단을 드러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의 존망이 위태롭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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