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로 예정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는 물론이고 내년 4월 총선도 ‘무법(無法) 선거’로 얼룩질 가능성이 커졌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공직선거법의 현수막·광고물·어깨띠·집회 관련 조항을 국회가 시한 내 개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7월 31일이 법 개정 시한이었지만 법 개정 합의가 무산된 것이다.

헌재는 작년 7월 현행 선거법이 선거일 180일 전부터 ‘현수막과 그 밖의 광고물 설치’와 ‘벽보 게시, 인쇄물 배부·게시’ 등을 금지한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에 국회는 180일을 120일로 줄이는 선거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27일 열린 법제사법위에서 여야 대립 속에 통과가 무산됐다. 결국 8월 1일부터는 이 조항들이 효력을 잃게 된다. 

선거판이 혼탁해질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당장 오늘부터는 후보자나 일반 시민 누구나 마음대로 선거 현수막과 광고물을 내걸고 인쇄물을 돌리고 어깨띠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현수막과 광고물이 범람할 것도 필연적이다. 정치 집회나 모임도 줄줄이 열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정당 현수막을 마음대로 걸 수 있게 해서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앞으로 사태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돈 많은 후보는 현수막을 수백 장 걸고, 돈 없는 후보는 몇 장 못 거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공정 선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번 선거법 개정 실패로 인한 혼란은 민주당에 의한 악용 가능성이 훨씬 높다. 당원이나 지지층의 성향이 과격하고 극성스럽기 때문이다.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팬덤들이 선거판마다 쫓아다니며 무슨 난동을 부릴지 눈에 선하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경우 민주당은 1차 후보 공모에 13명이나 지원했다. 당내 경선부터 현수막과 유인물 홍수 사태가 전개될 것이다.

원래 정치는 말로 하는 전쟁이다. 전쟁을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규칙을 마련해 무법과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 법이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전쟁 비슷한 사태가 발생하기 쉽다. 그런 경우 외적인 힘이 나서서 정치 질서를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이런 사태는 적지 않게 발생했다. 우려가 현실화되면 정치권은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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